[기고-정향영] 똑똑한 소비자가 만드는 안전농산물

입력 2010-08-26 19:00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다 보면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을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먹을거리 안전사고 영향으로 이러한 농산물 인증제품에 눈길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농산물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 때문인지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재배농가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농촌진흥청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를 찾아 애로사항을 파악했다.

전라북도 익산의 고추 시설재배 농가는 화학 농약 대신 천적을 이용해 해충을 방제하고 있었다. 50도를 육박하는 하우스 안에서도 농업인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한 여성 농업인은 “화학 농약을 쓰지 않으니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천적은 한번 정착되면 추가로 할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으로 판매가 부진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천적 이용한 해충방제 증가

김제에서 파프리카를 대단위로 재배해 생산품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하는 영농조합 재배 책임자는 농촌진흥청 기술지원에 힘입어 이제는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농약 잔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수출이 더 잘 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논산에서 딸기를 하우스 재배하는 농가는 이제 천적을 이용한 해충 방제가 이 지역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하우스 내부가 쾌적해서 좋고, 소비자 건강도 지켜주는 질 좋은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사실 천적을 활용하는 해충 방제작업은 그리 간단치 않다. 조기에 해충을 발견해 알맞은 천적을 투입해야 하고 수확까지 매일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천적의 습성에 대한 이해와 방제원리에 관한 상당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천적 이용기술이 일반화되지 않아 천적을 과다하게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비용이 많이 들고 방제 효과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농가들이 천적을 이용한 해충의 생물적 방제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천적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시책을 2005년부터 추진해 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0년 현재 6000여 농가가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 시설재배 작물의 해충을 천적을 이용해 방제하고 있다. 총 2700여 ha로 전체 시설작물 재배면적의 3∼4%에 달하며, 2016년에는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천적에 대한 수요가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세실과 같은 회사는 세계 굴지의 천적회사로 성장했고 10여개 천적회사가 설립됐을 정도로 관련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제 동력을 얻은 생물적 방제가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농가 입장에서는 작은 지원의 손길이 아쉬운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돼오던 정부의 천적 지원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내년부터 중단될 것이라고 한다. 천적을 이용하는 농가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다.

다소 비싸더라도 이해해야

농진청은 이에 따라 고추, 토마토, 딸기 등 시설작물 7종에 대한 천적이용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천적 사용 비용을 낮추기 위한 연구와 함께 토착 천적을 많이 개발해 쉽게 천적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소비자단체, 지자체, 학교급식 담당자, 주부클럽 등을 영농 현장에 초청해 생산과정을 직접 보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까다로운 재배 과정을 확인함으로써 일반 농산물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에 대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안전 농산물 생산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명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정향영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