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반환점] 거꾸로 간 ‘한반도 평화시계’… 끊긴 대화 이어야

입력 2010-08-26 18:06


(3) 남북관계는 어떻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전반기 내내 남북관계에서 ‘선(先) 핵포기’ ‘호혜주의’ 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고, 그 결과 한반도 평화시계는 거꾸로 갔다.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이후에는 군사적 긴장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당국 간 대화 채널도 끊긴 상태다.



8·8개각에서 외교·안보 라인 장관들이 전원 유임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당분간 MB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마주보고 달린 남과 북=전반기 남북관계는 마주보고 달린 열차에 비유된다.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 천안함 침몰, 금강산 관광 및 대북 쌀 지원 중단 등은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갔다.

MB정부의 대북정책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유다. 퍼주기식 달래기가 더 이상 없다는 측면에서는 “남북관계의 원칙을 세웠다”(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긍정론이 있지만 “원칙의 굴레에 빠져 한 치 앞도 못 나갔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판론도 여전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통일세 신설을 들고 나와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여론은 시큰둥하다. 본보가 지난 23일 만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반대의견이 56.9%에 달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통합지수(IKII)는 1000점 만점에 198.6점으로 2008년보다 10.9점 하락했다. 198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처음이다.

◇대북 식량지원, 국면전환 계기될까=꼬인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워줄 열쇠로 현 정부 들어 중단된 인도주의적 대북 쌀 지원이 거론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연간 30만∼40만t의 식량 및 비료를 지원했다.

쌀 지원은 인도주의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 활용성이 높은 카드다. 양 교수는 “북한 홍수피해 지원이나 쌀 지원 등을 통해 대북제재와 대화를 병행할 수 있다”며 “북측에 나포된 오징어잡이 어선 대승호 송환문제를 풀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미국도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북해 억류된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이끌어내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5일 방북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이지만 이를 통해 모종의 북·미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하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쌀이나 수해지원을 하면서 분위기를 조성할 수는 있겠지만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북측의 사과나 유감표명이 없다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후반기 전망 및 과제=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어떤 형태로든 대화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천안함 침몰에 따른 경색 국면과 6자회담 재개 국면이 병행되면서 남북관계에 유연성이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며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내 여론의 압력이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와 갤럽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대북정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0.5%, 만족한다는 응답은 39.5%였다.

북한은 경제 재건, 후계체제 안정,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탈피 등을 위해 남북관계 복원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갑작스럽게 제3차 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MB정부는 확실한 개선이 아니면 완전한 소강상태를 택하고 있어 안정적인 남북관계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이후 한·미 동맹, 북·중 밀착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점도 풀어야할 과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면서 중국과도 잘 지낼 수 있어야 외교적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한·중 관계가 경제적 협력관계를 넘어 정치·외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