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연맹 “오은선씨 카첸중가 오르지 않았다” 결론 파장

입력 2010-08-27 00:43

대한산악연맹이 26일 사실상 오은선(44)씨의 칸첸중가 등정이 사실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그동안 오씨가 지난해 5월 칸첸중가(8586븖)를 등정했다고 제시한 자료들이 신빙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등정에서 가장 난코스인 손톱바위부터 정상까지 오른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 칸첸중가에 동반한 셰르파의 부정적인 증언, 정상에 올라 찍었다는 사진의 신빙성 등이 그것이다.

오씨는 칸첸중가 등정에서 가장 난코스인 손톱바위부터 정상까지 산소를 쓰지 않고 3시간50분만에 주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성 등반가인 박영석씨도 산소 마스크를 쓰고 5시간이 걸렸고, 경쟁자인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도 10시간이 걸렸다.

오씨와 같이 등정한 셰르파 중 리더인 옹추는 오씨가 칸첸중가를 완등했다고 밝혔지만 같이 산에 오른 누르부는 “나를 포함한 셰르파들과 오씨가 칸첸중가 정상 수직 고도 150m 아래에서 돌아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씨가 정상에 등정한 후 이를 기념해 촬영한 사진에는 바위가 있지만 대부분 칸첸중가 정상에 오른 자료 사진에는 바위가 나와있지 않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 21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되면서 일파만파 확대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오씨가 등반하며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던 수원대 산악회 깃발이 정상 중간 부근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한 뒤 셰르파인 누르부의 증언 등도 소개됐다.

특히 올 5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오씨가 “히말리야 등정 기록의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로부터 등반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방송된 화면에서는 홀리 여사가 이를 정면 부인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홀리 여사는 “오씨가 제시한 증거 사진은 네팔 카트만두 시내 어느 곳에서도 찍을 수 있다”면서 “(등정에) 근거로 삼을 만한 것이 없다. 한국 산악회에서 등반 사실여부를 가려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 산악계에서 한국의 신뢰성과 도덕성이 큰 상처를 입을 뿐 아니라 등반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뉴욕 타임즈, AFP통신, 슈피겔지 등 세계 유력 언론들이 오씨의 등반 의혹과 한국의 산악 상업화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오씨의 여성 최초 14좌 완등 기록도 여론이 악화된다면 홀리 여사의 기록대로 ‘논란중’으로 보류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여성 최초 완등 타이틀을 파사반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국내 산악계에서는 “산악이 기업과 언론의 이벤트에 동원됐고 여성 세계 최초 14좌 완등이 치밀하게 검증되지도 않아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