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덩치는 커졌지만 속은 ‘피멍’

입력 2010-08-25 21:11


‘론스타 외환은행’이 출범 7년을 맞았다. 초기 ‘먹튀’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덩치를 50% 가까이 키우며 성장세를 이뤄냈다. 금융 노하우는 없지만 전문 경영인을 행장으로 영입해 원칙주의를 확립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그러나 지나친 실적주의와 한국적 정서를 외면한 경영 전략은 은행 전체에 업무 과부하를 불러왔다.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 잦은 매각 실패로 흔들리는 조직과 투자금 회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자산규모는 66조5564억원. 하지만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해 불과 6년 만에 34조원을 불렸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3152억원 적자에서 8920억원 흑자로, 주가는 6320원에서 1만4500원으로 배 이상 올랐다.

론스타는 통상 인수 기업을 3년 정도 경영한 뒤 가치를 높여 되팔던 일반 사모펀드와 달랐다. 금융권 최초로 차세대 전산화 작업을 완료했고, 수천억원을 투입해 중국에 현지법인도 설립했다. 특히 제일은행이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에 인수된 이후 대기업과의 거래를 포기한 반면 외환은행은 기업 거래망을 강화하면서 무역 금융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그룹 서열 30위권이었던 리차드 웨커 전 행장(현 이사회 의장)은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원칙주의를 확립했다. 그 덕분에 외환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78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파동에서도 한발 비켜서 있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세와 달리 안으로는 멍이 들고 있다. 인수합병에 수차례 실패하면서 횡령 사고가 빈발하는 등 조직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에는 서울의 한 지점장이 고객 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고 최근 수년간 일본, 호주 등 해외지점에서도 횡령 사고가 이어졌다. 외환은행을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기 위한 실적주의는 직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인수 초기 영업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일제히 특수영업팀으로 발령내는 등 성과만을 강조하다 내부 반발로 최근 팀을 해체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론스타가 지분 매각은 물론 정관까지 변경해 분기배당을 받아가면서 투자금 회수에 집착하는 것도 우려를 사고 있다. 이미 투자금의 95%를 회수했기 때문에 언제든 손을 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책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이 외국계 은행에 팔릴 경우 무역 및 외환업무 노하우가 유출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따라서 현재 외환은행 현장 실사를 앞둔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이 최종 인수의사를 밝힌다 해도 2008년 HSBC의 인수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승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또 ‘희망홀씨’ 대출 같은 국가적 사업을 외면하는 등 정부와의 소통이 막혀 있고 일사불란한 의사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