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이틀째 청문… 박연차 만난 시점 부인하다 “골프 친 건 사실” 말 바꿔

입력 2010-08-26 00:45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사 청문회 둘째 날인 25일에도 혹독한 중앙정치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민주당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김 후보자는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을) 더듬어보겠다’며 진땀을 뺐다. 그의 명쾌하지 못한 답변 태도와 불성실한 자료 제출에 야당 의원들은 발끈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연차 게이트’ 의혹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박연차 만난 시기 오락가락=김 후보자는 오전까지만 해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2006년 8월 베트남 방문 당시 박 전 회장과 만났느냐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 있으면 검찰에서 조사하지 않았겠느냐”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이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내사 종결과 관련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압박하자 “검토하겠다”고 선선히 응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박 전 회장과 처음 만난 시기를 집요하게 파고들자 말을 바꿨다. 박 의원이 “2006년 10월 3일에 김 후보자가 경남 행정부지사 2명과 박 전 회장과 골프 쳤다. 맞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맞다”고 했다. 박 의원이 “왜 거짓말하느냐”고 따지자 “잘 기억을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은 “(김 후보자의) 기억력에 화가 나려고 한다”며 “박 전 회장과 만난 최초 기억이 언제냐”고 재차 물었다. 김 후보자는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 전에는 그분과 만난 기억도 없고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박 전 회장이 2007년 12월 기내 난동을 부리기 전날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던 김 후보자는 이것도 뒤집었다. 박영선 의원이 “2007년 12월 박 전 회장 소유 골프장에서 박 전 회장과 만났죠”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목욕탕에서…(만났다), 저녁만…(같이 먹었다)”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검찰 조사 당시 박 전 회장과 언제 처음 만났는지 등 여러 질문을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을 조사한 검찰과 김 후보자를 조사한 검찰은 다른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의혹을 규명할 핵심 증인인 박 전 회장과 박 전 회장 돈을 김 후보자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뉴욕의 한인식당 주인 곽현규씨는 인사청문특위의 동행명령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형수까지 나와 해명=김 후보자는 선거자금 10억원 대출 관련한 은행법 위반 의혹 등 전날 제기된 의혹 해소에 주력했다. 미국 방문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던 김 후보자의 형수 유귀옥씨도 증인으로 나와 그를 거들었다. 유씨는 유치원 매각하면서 받은 계약금 중 3500만원, 아파트 담보 대출로 마련한 6000만원을 김 후보자에게 빌려줬다고 답했다. 유씨는 “친척 사이여서 차용증을 쓰라고 하지 않았는데 김 후보자가 명절 때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차용증 사본에는 김 후보자 도장만 날인돼 있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또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2006년 9월 돈을 빌려줄 당시 담보대출 기록이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는 “(형수 소유의) 아파트에 2005년 6월 담보설정이 돼 있다”며 “국민들은 우리 형수가 위증한 것으로 알지 않겠느냐”며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2006년 도지사 출마 당시 부친과 안상근 전 경남부지사가 대출받은 10억원과 관련, 부친이 경남은행에서 대출받은 3억원은 동생 김창호 전 국회의장 공보수석이 연대보증하고, 농협에서 대출받은 돈 3억원은 부친의 지인이 담보대출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은 “이보다 더 적법한 대출이 어디 있느냐”고 김 후보자를 감쌌다.

◇정책 소신 발언=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묵은 쌀로 만든 떡을 김 후보자에게 건넨 뒤 “남아도는 쌀로 대북지원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동의하지만, 쌀 수급문제와 대북 쌀 지원은 별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도 필요하다는 소신을 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재정 건전성을 위해 4대강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자, “자원 배분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4대강 사업이 실제로 복지 예산에 영향 준 것이 없다”고 맞받았다.

김나래 기자, 김우수 김창현 대학생 인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