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반환점] 親서민 체감온도 높여야… ‘포퓰리즘’ 변질땐 위기
입력 2010-08-25 18:54
(2) ‘친서민’ 정책과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모드’에 경제부처도 분주해졌다. 집권 전반기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감세와 규제완화로 채워졌다면 후반기는 ‘서민이 잘 사는 나라’로 정책대상과 목표가 바뀌었다. 침체를 막 벗어난 경기 국면에서 취약계층 보호와 고용 있는 성장 유도는 어찌 보면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는 현 정권의 특수성이다. 4대강 등 정권 차원의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후반기를 맞은 현 정부에게 친서민 기조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구체화될 위험을 안고 있어서다.
◇친서민 ‘암초’에 부딪힌 경제정책들=친서민 기조는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던 경제사업의 근거 논리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자개방형의료법인(영리병원)이다. 영리병원은 그동안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 기획재정부와 “서민 의료비 상승” 논리를 내세운 보건복지부 간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던 재정부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25일 “사실 친서민과 영리법인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데 부자병원이라는 인식과 서민 의료비 상승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현 정권 내 도입이 점점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논리를 펴온 복지부 측도 “하반기 정책 중심을 친서민으로 잡은 상태에서 정책 추진은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했다.
세제에서도 친서민 기조는 기존 조세정책 방향을 흔들어 놓았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의 체납세금 납부 면제 등 위기국면에서 한시적으로 실시된 비과세 감면제도가 줄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 교육과학기술부는 청와대의 친서민 깃발에 맞춰 친서민 관련 예산으로 저소득층 장학금 예산을 올해보다 배 가까이 늘려 3000억원대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측보다 적은 학생이 신청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ICL)’의 남는 예산을 투입하고 학교 시설 투자 등의 타 사업을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장학금이 앞으로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반짝 기대하게 했다가 갖가지 이유를 대 이후 삭감될 가능성도 있다. ICL처럼 향후 상환액이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다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친서민 제목을 단 예산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업효과와 기존 예산범위를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포퓰리즘 색채 강해지나=이 대통령은 집권 초기 내걸었던 ‘친기업’ 원칙이 대기업 프렌들리로 해석되는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시장 우선적 경제정책으로 기업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정책 구상과 달리 금융위기라는 돌발변수에 대기업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친서민을 정권유지 논리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전략적 개념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고, 산업구조를 재편하려면 친서민과 일자리 창출은 필수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기 말이 가까울수록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이 점차 감소하는 정치 특성상 후반기 친서민 기조는 집권 초기 친기업이 변질된 것처럼 극단적인 포퓰리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한 정권의 임기 내에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것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데 있다”며 “장기적으로 내가 초석을 깔아 놓을 테니 다음 대통령이 기초공사를 하고, 그 다음에 건물을 올리는 식으로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