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8·15대성회를 마치고] ‘한국교회 구심력·성령의 힘 느껴보자’ 100만 성도 열망 분출

입력 2010-08-25 18:02


‘한국교회 8·15 대성회’가 지난 20일 영역별 분과 행사인 기독교교육 포럼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서울광장을 비롯해 국내외 100만여명의 기독교인을 하나로 묶어냈던 일은 계속해서 한국 교계 안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30일 감사예배와 함께 열릴 조직위원회 해단식에 앞서 본보는 대성회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성회 준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이정익 상임대회장(신촌성결교회 목사), 최이우 다문화분과위원장(종교교회 목사), 조성기 대표준비위원장(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사무총장)이 25일 오전 본보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 이정익 상임대회장(신촌성결교회 목사)

▲ 최이우 다문화분과위원장(종교교회 목사)

▲ 조성기 대표준비위원장 (예장통합 총회 사무총장)

사회 ; 정수익 종교부장


“구름기둥이 하늘을 덮을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교회 8·15 대성회에 대한 평가와 개인적인 소회는.

△조성기 대표준비위원장(조)=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던 오후 5시쯤 광화문 분수대부터 숭례문까지 걸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 날,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을까, 물론 이런 모습을 그리면서 준비를 해 왔지만 실제로 그 광경을 목격하니 눈물이 나더군요.

△이정익 상임대회장(이)=한국교회의 건강성과 성도들의 열정을 느꼈습니다. 기독교 역사가 100년 이상 된 상황에서 이렇게 건강하고 열정적이긴 어렵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희망’이라는 주제처럼 기독교인을 통해 한국 사회가 예수의 희망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최이우 다문화분과위원장(최)=가장 히트는 날씨였습니다. 단상에서 보니 성회가 시작되자마자 구름이 몰려와 해를 덮는 거예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이끌 때 나타났던 구름기둥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네 시간의 집회가 더욱 은혜롭게 진행됐습니다.

△이=맞습니다. 날씨가 최대 화제였어요. 요즘 소나기가 좀 자주 옵니까? 그 시간에 폭우가 내렸대도 집회는 진행됐겠지만 속으로는 하나님이 야속했겠지요. 그냥 맑은 것도 아니고 적당하게 구름이 하늘을 가린 절묘한 날씨를 주신 것을 보고, ‘역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하나님이 책임지시는구나’ 했지요.

-15일 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조=한국교회 대표적인 원로이신 조용기 목사님과 해방둥이인 이동원(지구촌교회) 목사님, 또 다음세대를 대표하는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김학중(꿈의교회)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님 등 다섯 분이 전하신 메시지가 마치 한 편의 설교처럼 조화롭게 이어져 감동적이었습니다. 또 한 달 동안 교육받은 815명의 자원봉사 섬김이들의 활동과 일본 교회 대표들과의 용서와 화해의 자리 등이 특별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김삼환(명성교회) 목사님 등 큰 교회 목사님들이 사회를 보고, 젊은 목회자들이 나와서 설교를 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대형집회일수록 순서자, 특히 설교자 선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뒷말도 나오게 마련인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게 없었습니다. 또 다문화찬양단 3000여명을 비롯해서 해외 이주민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해외 이주민 수천명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언제 또 있겠습니까.

△이=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라는 한국 교계 양대 기구가 함께 참여하고, 준비하고, 8·15 성명서를 같이 채택했다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대형교회들은 대형교회대로 필요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그러면서도 중소 교회와 지방, 해외 성도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한 점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성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이번 성회는 다른 대형 집회들과 달리 훌륭한 동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일 강제합병 100년, 8·15 광복 65년, 한국전쟁 60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 해에 광복절이 절묘하게도 주일이었습니다. 사실 3·1절과 8·15는 기독교를 빼고 설명할 수 없는 역사입니다. 기독교가 1907년부터 영적대각성운동, 회개운동, 성령운동을 하던 힘이 분출된 것이 3·1절이고 그 여세가 모여 폭발된 힘이 8·15를 가져온 것이 아닙니까? 이런 의미를 기독교가 놓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조=맞습니다. 해외 70여개 도시에서도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 의미 때문이었습니다. 해외 한인 교회들이 3·1절과 8·15의 의미를 더 크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이날들을 계기로 인근 교회들이 모이곤 하지요.

△최=1970년대 빌리 그레이엄 집회와 엑스플로74 등 대형 집회의 맥을 잇는다는 취지도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대형 집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몇 가지 가능성을 발견하지 않았습니까. 당시만 해도 종교 분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던 한국 기독교가 그런 집회를 통해 ‘큰 종교, 힘 있는 종교’라는 이미지를 줬고, 성도들은 자긍심과 소속감을 느꼈지요. 그 후 여의도 집회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한국교회가 결집력 없이 개 교회 중심으로 흩어져 가는 현상이 이어졌지요. 때문에 다시 한국교회의 구심력, 성령의 강력한 힘을 느껴 보자는 열망이 억눌려 있었는데 이번 성회를 통해 분출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조=무엇보다 전 교계가 한마음으로 동참했기 때문에 성회를 이처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보통 대형 집회에서는 대형 교회 몇몇이 재정과 인원 동원을 거의 부담하는데 이번에는 중소형 교회들까지 고루 참여했습니다. 또 조직위원회의 실무자들이 4개월여 동안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열심히 일한 공로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성회 3주쯤 전부터는 지방과 해외의 반응이 들어오면서 성공하겠다는 감이 오더군요.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에 냉방도 잘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많게는 50여명의 직원이 고생했지만 일하면서 우리가 먼저 은혜 받은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잘 끝나고 나니 재미있었다는 느낌만 남습니다.

-대성회 당일 행사뿐 아니라 학술 선교 복지 통일 다문화 문화 교육 등 7개 분과별 행사들도 잘 진행됐는데.

△이=영역별로 분과 행사를 진행한 것이 15일 행사로 다 보여줄 수 없는 한국교회의 다양한 측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교인들끼리의 잔치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백서로 정리해 한국교회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최=제가 다문화분과 위원장이었는데요. 영역별 분과 행사 중 첫 순서로 10일 CTS 컨벤션홀에서 열렸던 다문화포럼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중요한 축을 형성할 해외 이주민들을 한국교회가 주목하고, 이들에 대한 섬김을 중요한 이슈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조=통일 분과 행사도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16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던 통일포럼에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 통일운동가들이 모두 참여했는데요. 한국교회의 통일론은 다 나왔다고 할 만큼 풍성한 포럼이 됐습니다.

“사회에 공감과 메시지를 주는 대형 집 회, 몇 년에 한 번씩은 열어 가자.”

-대성회 이후 한국교회에 남겨진 과제는.

△조=이번 성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다섯 가지 과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한국교회가 역사 속에서 고통 받는 민족을 보듬고 대안을 제시해 온 전통을 회복해야 하며, 둘째로 이번에 정신대 피해자 문제를 크게 부각시킨 것처럼 소외된 약자들을 적극적으로 섬겨야 합니다. 셋째로 남북통일을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교회가 화해자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넷째로 한기총과 NCCK가 연합한 사례를 이어가 한국교회의 공교회성을 보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열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를 격려하고 희망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이번 행사 전부터 제가 염려했던 것은 아무리 잘 치르더라도 ‘일과성 행사’로 치부된다면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대성회가 의미를 가지려면 이번을 계기로 대형 집회가 달라졌다는 평을 들어야 합니다. 반드시 사회에 희망과 메시지를 주는 집회가 돼야 합니다. 사회와 공감대를 나눌 수 있는 동기와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게 없다면 요즘 성도들은 더 이상 동원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최=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섬기는 것이 결코 부흥의 수단이 아니고, 교회의 존재 자체가 세상을 섬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리는 집회를 열어야 합니다. 매년 열긴 어렵겠지만 몇 년에 한 번씩은 이런 성회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그 때는 이번보다 더 충분히 시간을 두고 준비해서, 모든 한국교회가 ‘아, 이 행사는 우리 행사다’ ‘우리가 한국교회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또 성회 성공의 시너지 효과도 모든 교회가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