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아바타’… 콘드족, 산 지키려 英 광산 개발 회사와 싸워 승리
입력 2010-08-25 18:14
인도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탐욕스런 인간’에 맞서 신성한 터전을 지켜낸 나비족의 눈물겨운 승리처럼 인도 동부 오리사 주 원주민 동리아 콘드족도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니얌기리 산을 지키기 위한 수년간의 싸움에서 이겼다. 이로 인해 한 다국적 회사의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 계획은 무산됐다.
인도 환경부는 24일 영국 소재 다국적 광산 회사인 벤단타사의 니얌기리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자이람 라메시 환경부 장관은 “광산을 허용할 경우 현지 주민의 수자원 공급뿐 아니라 생태계와 주민의 삶 자체가 엄청나게 파괴될 수 있다”며 불허 배경을 설명했다. 동리아 콘드족은 “이날은 우리 콘드족에게 위대한 날이다. 인도 정부의 결정에 감사한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조상 대대로 니얌기리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동리아 콘드족 1만여명에게 산은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들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2004년 무렵이다. 벤단타사가 이 산에 보크사이트 노천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주정부에 제안한 것이다. 원주민들은 신성한 산이 파괴되는 걸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했다.
하지만 상대가 워낙 거대한 다국적 자본이었던 만큼 처음엔 모두가 동리아 콘드족의 참패를 기정사실화했다. 인도에서 광산업계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주정부는 광산 채굴 프로젝트를 지지했다.
싸움 상황은 환경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서서히 역전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은 광산회사의 본사가 있는 런던까지 찾아가 주주들을 설득했다. 이들은 2009년 연말 영화 아바타가 개봉된 이후엔 ‘인도판 아바타’를 캐치프레이즈로 부당성을 알리며 여론몰이를 했다.
정치 거물의 지지도 힘이 됐다.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르는 라울 간디는 2008년 3월 니얌기리 산을 찾아 원주민에게 지원을 약속했다. 집권 국민회의당 당수인 소니아 간디의 아들인 그는 이번 주말 다시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채굴 허가를 내 줄 경우 자칫 원주민의 지지를 얻는 마오주의 공산반군의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도 작용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분석했다.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의 조 우드맘은 “놀라운 승리다. 누구도 보잘 것 없고 소외된 원주민이 막강 로비스트를 거느린 거대 자본과 싸워서 승리할 거라곤 예상 못했다”며 환경운동사에서 보기 드문 승리로 평가했다. 싸움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벤단타사는 정부 결정에 항의해 소송을 낸다는 계획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