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문수 國政담론이 발끈할 일인가

입력 2010-08-25 17:40

청와대가 그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대해 “경기도 살림살이나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가 최근 국정 비판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한 반응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다음날도 한나라당 중앙위원 조찬 강연에서 “나라의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누구와 손잡고 맞설지가 혼미하다”고 말했다. “10년 뒤, 30년 뒤, 50년 뒤, 100년 뒤 국가적 리더십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그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총리 후보로 발탁하자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는 “해방이 어떻게 됐는지를 생각해야지, 온통 광화문에만 신경을 쓴다”며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문이지, 대한민국의 문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이 컸다”는 말로 정부의 신도시 정책을 비판했다. 최근에는 주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외에는 뚜렷한 업적이 없어 걱정된다”는 뜻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 지사의 발언들은 신도시 정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기도 차원을 넘는 거시적 국정 담론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경기도나 잘 하세요’라는 식으로 반격하는 것은 감정적이다.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숨어 “낮은 인지도를 돌출발언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치기가 엿보인다”고 비난한 것은 억지스럽고 옹졸해 보인다. 차기 대권 후보로서 김 지사의 인지도는 낮은 게 아니다.

김 지사도 종횡무진 뻗으려 하고 있는 자신의 발언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면 국가와 정치에 관해 건전한 화두를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청와대가 김 지사의 발언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정 철학과 국가 리더십에 대한 공공 담론의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정치문화가 한 단계 높아질 수도 있다. 국민이 보기에도 친이, 친박으로 갈려 감정을 소모하며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집권당의 아웅다웅 따위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