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의혹 못푸는 답답한 청문회… 與도 “제도 보완”
입력 2010-08-25 18:09
24∼25일 이틀간 진행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은 “자료를 왜 제출하지 않느냐. 제시하는 자료가 왜 매번 달라지느냐”고 아우성을 쳤다. 후보자를 검증하기에도 벅찬 이틀이란 시간의 상당 부분이 자료 논란에 허비됐다.
핵심 증인은 대거 불출석했다. 소재가 불분명한 증인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불출석을 통보한 증인도 있었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증인 출석 논란도 계속됐다. 다른 후보자 청문회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야당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강 의원은 “검찰이 협조하지 않으면 청문위원회가 검찰 자료를 열람해야 하는데 여야 합의나 과반수 결정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의해주지 않아 자료를 열람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관련 법규를 개정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청문회법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청문회를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종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문회가 당사자들에게 면죄부만 주고 있다”며 “국회에 조사청문관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사법권을 조사청문관에게 줘 증인·참고인에 대한 심문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청문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실질적인 청문회가 아니라 동문서답하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이번 청문회가 끝나면 여야 논의를 통해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최고위원은 “핵심 증인의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과 후보자 개인 및 기관 등이 청문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인 채택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하지 못하도록 해 핵심 증인은 무조건 채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윤성 의원도 “청문회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동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문회를 통해 공직자의 공과를 모두 확인하고 단죄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며 “증인 채택도 사전에 출석 가능성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식 인사 청문회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미국에선 1, 2차로 나뉘어 70일가량 진행되는데 1차 서류 과정에서 웬만한 의혹은 걸러진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단기간에 확인되지 않는 의혹이 공개되면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제기한 쪽이나 해당 후보자나 모두 명예만 실추된다는 것이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