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0-08-25 20:53
(8) 왜 중세 가톨릭은 성경 번역자를 처형했나
태초에 하나님께서는 우주만물을 창조하셨으며, 그것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었다(창 1:4, 12 등). ‘좋았다’에 해당되는 히브리어 ‘토브’는 ‘선하다, 아름답다, 사랑스럽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곧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인간을 비롯한 온 우주만물을 선하면서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창조하셨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여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써 본래의 창조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악하고 더럽고 추한 모습으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악한 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때일 것이다.
교회 역사에 의하면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자신들의 가르침에 어긋나거나 교리를 반대하는 자들을 이단으로 규정하여 가혹하게 고문하거나 죽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성경을 번역한 자들인 경우에는 장대에 묶거나 장작 위에 올려놓고 불태워 죽였다. 위클리프(Wycliffe)의 경우 이미 매장되었던 뼈를 꺼내어 그의 저서들과 함께 불태워졌는가 하면, 틴데일(Tyndale)을 비롯하여 후스(Hus), 크랜머(Cranmer), 로저스(Rogers) 등도 차례로 화형에 처해졌다.
그러면 왜 그들은 성경 번역자들을 가장 잔혹한 처형 방식으로 죽였던 것일까?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는 주장하기를, “성경은 천국 열쇠와 함께 자신들에게만 맡겨졌으며, 그것을 읽고 해석하는 것도 사제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일반 신도들은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유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오직 교회가 가르치고 신부가 해석하는 것만이 진리요 복음이었으며, 일반 신도는 그대로 믿고 따라야만 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거짓되고 형식적인 가톨릭주의에 과감히 맞서서 개혁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던 사람은 독일의 마르틴 루터였다. 그는 ‘오직 교회(Sola ecclesia)’가 아니라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고 외쳤으며, 자신이 직접 원문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였다(Luther Bible). 이로 말미암아 그동안 교회 안에 갇혀 있으면서 사제들의 손에만 들려져 있었던 성경은 누구든지 읽고 배울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그 후 성경 말씀은 칼뱅에 의해 기독교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에서 체계적으로 요약, 정리되어 오늘날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의 기초가 되었다.
종교개혁은 한마디로 “본래의 말씀으로 되돌아가자”는 환원운동이었다. 다시 말하면 성경 말씀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교회 제도를 개편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세 가톨릭교회 시대를 거치면서 잘못되게 덧칠해지고 왜곡된 것들을 바로잡고 원상으로 복귀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초대교회 이전 성경이 기록된 바로 그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그 본래의 생생한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대로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성경책 안쪽 표지에는 붉은 색이 칠해져 있다. 그것은 예수님의 피를 상징할 수도 있지만 목숨 걸고 성경을 번역한 위대한 말씀의 영웅들이 흘린 핏자국을 의미할 수도 있다. 믿음의 선진들이 그토록 피 흘리며 쓰고 번역하고 소중히 지켰던 하나님의 말씀 성경! 과연 우리는 이 생명의 말씀을 내 삶 전체와 맞바꿀 수 있는가? 그것은 양자택일의 문제(question)다.
고영민 총장<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