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체납 세금징수 아이디어 봇물
입력 2010-08-25 18:25
공공근로인력으로 체납 세금 낼 때까지 전화 돌리기, 골프장과 백화점 등에 숨어 있다가 체납자의 자동차 번호판 떼어가기, 인터넷 도메인과 법원 공탁금·관세 환급금 압류하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지방세 체납자들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있다.
서울 강남구는 25일 과태료 고액 체납자 49명이 민·형사 분쟁에 대비해 법원에 맡겨 놓은 공탁금 42억원을 압류, 이 중 1억8000만원의 체납금을 징수했다. 법원 공탁금을 압류해 체납된 지방세를 받아낸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관세 환급금 정보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경기도 용인·평택, 충남 당진, 경남 김해·양산 등 5개 지자체는 지방세 체납자에게 지급될 예정이었던 관세 환급금 1억126만5000원을 사전에 압류, 징수했다.
용인시는 지난 3월부터 올해 공공근로인력 5명을 동원, 소액체납자 5962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밀린 세금 11억7200만원을 받아냈다. 50만원 이하 소액체납자들은 체납사실을 모르거나 일상에 쫓겨 납부할 시간이 없다는 점에 착안,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 손쉽게 체납액을 징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습적이거나 고액의 체납자들에게는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작전’이 동원됐다. 울산시는 호텔과 골프장, 백화점 이용 체납차량 단속팀을 별도로 운영, 주차장에 은신하고 있다가 고액 체납자들의 차량 번호판을 떼어내 영치했다.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체납자들은 대부분 체납액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충북 음성군은 지난 5월부터 지방세 체납자의 차량에 잠금장치를 설치, 세금을 내기 전까지는 아예 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방세 체납자 568명이 보유한 도메인 1231개를 압류한데 이어 휴일에 놀이공원과 경마장 등에 주차된 체납 차량에 압류 딱지를 붙이고 있다. 도메인이 압류되면 체납자가 보유한 도메인 관리 인식망에 압류 내용이 기재돼 매도나 양도가 금지된다.
부산시는 버스 전용차로 위반 단속에 수차례 적발돼 과태료 체납액이 50만원을 넘는 장기 악성 체납자 125명에 대해 급여를 압류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경기 불황으로 지방세수가 크게 줄어들어 체납액 징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