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덕에 학업 문 열렸어요”… 소년원行 간청한 10대, 고입검정 합격후 감사편지

입력 2010-08-25 18:26

“판사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재판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며 소년원에 보내달라고 간청했던 10대 소년이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담당 판사에게 감사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 법무부 신촌정보통신학교(춘천소년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자신이 저지른 잘못으로 ‘9호 처분(단기 소년원 송치)’을 받은 이모(16)군은 춘천지법 심재완 판사에게 감사의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이 군은 범죄사안이 중대하지 않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으나 재판을 받는 도중 “소년원에 가면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소년원 입원을 간청했다. 심 판사는 이 군의 기특한 마음을 받아들여 요청대로 9호 처분을 내린 후 춘천소년원을 찾아 이군과 함께 교육시설을 둘러보고 입원시켰다. 또 교육기간에도 수시로 면회를 오는 등 관심을 갖고 이군을 지켜봤다. 이 군은 지난 2일 고입검정고시를 무사히 치렀고 지난 24일 당당히 합격증을 받았다.

이 군은 편지에서 “판사님 안녕하십니까? 저 00입니다”라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이 군은 “판사님께 9호 처분을 내려달라고 말을 한 다음에 솔직히 겁이 좀 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가 하고 싶어 들어온 만큼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하며 견뎠습니다”라고 지난 시간을 소개했다. 이어 “드디어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조하고 긴장됐지만 결과를 맞춰 보았습니다”라며 “합격이었습니다. 평균이 82였습니다. 정말 너무 기뻤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군은 “판사님 언제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면회 와주시고 많은 기대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