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수출확대 좋기만 할까

입력 2010-08-25 17:47

1980년대 후반 한국은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맛보는 경상수지 흑자에 크게 고무돼 있었다. 원화 가치, 유가, 국제금리 등 이른바 3저 효과를 계기로 1986년 46억 달러 흑자를 냈다.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대외부채가 많은 나라였으니 온 나라가 술렁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흑자가 이어지자 정부는 수출대금이 시장에 너무 많이 풀려 물가를 자극하지나 않을까 우려해 흑자시대에 연착륙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90년부터 다시 적자가 시작됐고 그 규모는 해마다 늘어갔다. 만성적인 적자는 결국 97년 외환위기를 낳고 말았다. 다행히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흑자 시대를 맞는다. 이로써 한국은 명실공히 무역대국으로 떠올랐다.

적자는 2008년 들어 또 시작됐고 그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음에도 4분기부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올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흑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한국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수출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수출확대를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수출확대를 통해 전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일본이 반면교사감이다. 얼마 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경제가 금융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의 하나로 지나친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꼽았다.

닛케이는 금융위기로 교역이 축소되면서 일본 기업의 수출이 크게 줄어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시장이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편중돼 있다는 게 문제라고 봤다. 한국은 수출시장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으나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가 외부의존형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고민은 곧 한국도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수출·수입시장에서 각각 2.9%, 2.6%를 차지하면서 세계 9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세계 GDP 총액 중 한국이 차지한 비율 1.4%에 비하면 우리의 교역규모는 엄청나다. 문제는 이게 바로 수출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의 격차,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등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경제는 이중구조의 늪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 수출확대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