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문제 ‘참신한 대안’ 찾기 나섰나
입력 2010-08-25 18:37
천안함 사태 이후 한 치 움직임도 없었던 미국의 대북 정책에 미묘한 변화 흐름들이 감지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달 초 이례적으로 대북정책 평가회의를 소집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했다. 미국은 다음달 유엔 총회를 전후해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6자회담 재개 필요성에 대해 완전한 의견 일치를 공표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는 한국(26∼28일) 일본 미국을 차례로 들를 예정이다. 이런 정황들은 남북 대치와 경직된 북·미 관계, 불편한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클린턴 장관의 대북정책 평가회의 주재는 우선 이런 성격의 회의가 드물다는 데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북한 문제만을 ‘콕’ 집어 국무부 내 고위급 회의를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장관이 최근 외부 전문가도 초청된 북한정책 관련회의를 가졌다”면서 “북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외부 인사들의 의견도 들었다”고 확인했다.
기존의 대북라인이 아닌 앤메리 슬로터 국무부 정책실장에게 회의 준비를 지시한 것도 관심을 끈다. 국무부 내 한반도 정책은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김 6자회담 수석대표가 주관하고 있다. 대북 제재는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제재 조정관팀이 이끌어 왔으며,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모든 것을 총괄해 왔다.
정책실은 북한 문제를 다루지 않고, 보다 넓은 시각의 장기적인 외교정책을 기획하는 부서다. 여기에 외부 인사들의 의견까지 청취한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이나 접근 방식이 가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대북 정책에 좌절감을 느낀 클린턴 장관이 이달 초 슬로터 실장에게 고위급 회의 소집을 지시했고, ‘참신한 대안들(fresh options)’을 점검해 보도록 했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도 북·미 관계에 영향을 줄 변수다. 국무부는 ‘정부 특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개인적이고 인도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과는 공식적인 관련성이 없지만, 지난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때처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공개적이지 않겠지만 양국 간 정치적 대화의 진전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결정이 클린턴 장관의 대북정책 평가회의 이후에 이뤄진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다음달 유엔총회에선 6자회담 관련국들의 접촉이 있을 예정이다. 크롤리 차관보는 지난주 정례브리핑에서 이를 확인했고, 북·미 간 접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중국 우다웨이 특별대표와 관련국들의 논의 결과도 주목된다.
워싱턴 대북정책 기조가 금방 바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 정부의 대북 기조가 강경하고, 미국도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아직 유효해서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교착상태의 북한 문제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워싱턴의 대북정책 기류는 카터 전 대통령의 귀환 뒤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