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부활… ‘실험적 작품’으로 희망 쏘다

입력 2010-08-25 17:42


지난 봄 기대 속에 부활한 단막극이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전체 24부작인 KBS 2TV ‘드라마 스페셜’(토 오후 11시15분)은 지난 21일 13화 방영으로 절반을 지나왔다. 지난 5월 15일 노희경 작가의 ‘빨강 사탕’으로 포문을 연 ‘드라마 스페셜’은 매회 신선한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의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향이 만만치 않다. 엉뚱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마지막 후뢰시맨’(13화)은 KBS가 네티즌 100여명과 방송 전문가 8명으로 구성한 심사위원 평가에서 8.75로, 방영된 단막극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과 블로그, 미니홈피에는 “신선하고 따뜻한 드라마”라는 호평이 줄을 잇는다. 그 외에도 7화 ‘위대한 계춘빈’과 4화 ‘조금 야한 우리 연애’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인기몰이를 했다.

지금까지 방영된 13편은 미스터리, 멜로, 코믹 등 영화의 전 장르를 망라한다. 통속 멜로나 가족 드라마가 대다수인 주류 드라마와는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다. 12화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는 노인 느와르라는, 흔치 않는 장르에 도전했다. 조용한 동네 아리동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주인공은 피해자들의 집주인 덕수 노인(양택조)과 전직 형사 평달(김진태)이다. 인생의 늘그막에 선 두 남자가 살인마를 찾는 과정은 여느 추리물 못지않게 긴장감 넘친다.

지난 6월 19일 방영된 ‘옆집 아줌마’는 미스터리와 멜로가 결합된 특이한 스토리문법을 보여줬다. 절친한 친구에게 여자친구를 뺏긴 남자가 우연히 옆집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로,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듯 전개된다.

‘드라마 스페셜’은 이야기의 소재가 한정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 때문에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시청률이 높지 않은데도 이선균, 오만석, 정경호, 정유미 등 인기 배우들이 선뜻 출연하는 이유다. 앞으로 ‘드라마 스페셜’은 여름을 주제로 한 청춘 멜로, 사학재단의 비리를 다룬 사회적인 드라마, 교도소 죄수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스릴러 등 실험적인 이야기를 계속 시도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문보현 CP(책임PD)는 “시청률이 낮은 것은 아쉽다. 통속적인 건 피하고 새로운 것을 찾다보니 그런 것 같다. 실험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대중과도 함께 호흡하는 균형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