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교회 이성수 목사 “교회 옆 안식관 덕에 성도들 해외선교 눈 떠”
입력 2010-08-25 17:46
1년 예산 7000만원에 성도 70명 규모였던 지방의 한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교회 옆에 선교사 안식관을 마련하면서부터다. 방문하는 선교사들은 교회 신자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선교의 중요성을 전했다. 단기선교 나갈 재정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자던 신자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향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1년 만에 교회 재정은 두 배로 늘었고 후원 선교사도 9명으로 증가했다. 부산 신항만 인근 부산 동선동 가덕교회 이야기다. 105년 전 호주 선교사에 의해 설립된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회 담임인 이성수(42) 목사를 만났다.
“소원 하나만 말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옆에 있는 빈 집을 선교사 안식관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2008년 11월, 20년에 걸친 부목회자 생활을 마치고 부임한 교회가 가덕교회였다. 교회 중직들은 새로 위임된 이 목사를 위해 많은 걸 해주고 싶었지만 교회 형편상 신임 목회자가 원하는 한 가지 바람만을 들어주기로 했다.
이 목사는 부목사 시절 만났던 선교사들을 떠올렸다. 어렵게 후원을 받아 파송 받은 선교사들은 해외에서 갖은 고난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활동하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들어오면 정작 갈 데는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 집을 전전할 수도 없었고 선교사를 환영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만나는 선교사들마다 교회 담임을 맡으면 선교사를 잘 섬겨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런 선교사님들 말이 떠올랐고 자연스레 안식관 생각이 났던 거죠.”
교회 옆 낡은 집은 도배만 다시 했다. 살림살이는 교인들이 십시일반 모았다. 꾸며 놓으니 사람이 살 만은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과연 선교사들이 여기까지 올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반신반의하면서 한국대학생선교회, 예수전도단, 한국OM선교회, 고신대 홈페이지 등에 안식관 오픈 안내문을 띄웠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한 달 만에 1년 6개월의 일정이 잡힌 것이다. 마치 누군가 스케줄을 조정하듯 중복되지도 않았다.
이 목사는 “안식관으로 선교사를 섬기려 했는데 오히려 교회가 덕을 봤다”며 “선교사들이 와서 교인들과 밥도 먹고 청년 학생들과 밤새 얘기하면서 신자들에게 선교 마인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식관에 머무는 선교사 덕에 교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교회학교에 선교 프로그램이 생겼다. 라오스 선교사는 내년 여름성경학교는 라오스에서 하자고 권했다. 라오스 단기 선교를 위해 학생들은 비행기 요금 45만원을 모으려고 용돈까지 절약하고 있다. 중·고등부는 태국 선교사를 만나면서 치앙마이로 여름 수련회를 계획 중이다. 청년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사와 함께 현지 줄루족 선교의 비전이 생겼다.
교회에는 아직 파송 선교사가 없다. 그러나 지금껏 다녀간 선교사들과 사이가 깊어지면서 후원 선교사가 됐다. 본당에는 남아공, 인도, 아르헨티나, 태국, 이집트, 라오스 등 6개 국기가 걸렸고 교회는 매주 이들 국가와 선교사를 위해 기도한다.
재정 규모도 변했다. 안식관을 열고 1년이 지나면서 장로들이 먼저 선교사를 후원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그때 구역 이름도 바꾸면서 담당 선교사를 정했다. 구역 헌금과 기관 헌금을 선교비로 돌렸다.
지난해 결산 결과 교회 재정은 1억4000만원을 넘겼다. 설립 이후 1억원을 넘긴 최초의 사건이었다. 신자들은 기뻐했고 선교사를 잘 섬겨서 나온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꿈도 생겼다.
“이곳에 선교사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가덕도 지역 개발이 4∼5년 남았는데 섬의 내부에 마을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선교사 마을 내에 10채 정도의 안식관을 만들 계획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선교사님들이 교제하는 것은 물론 세계 선교를 위한 네트워킹의 장소로 활용될 것입니다.”
이 목사 자신도 이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 담임을 맡으면서 어떤 계획을 세웠냐고 물었다. “저는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되어지는 대로 하나님께 맡길 뿐입니다. 목회는 주께서 하시는 거잖아요. 주님의 목회를 따라갈 뿐입니다.”
이 목사는 최근 교회에 과감한 제안을 했다. 십일조를 원래 목적대로 쓰자고 말한 것이다. 십일조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위한 헌금이다. 이 목사는 십일조를 교육과 구제, 선교를 위해 100%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교인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교회 운영비는 신자들이 서로 분배해서 내기로 했다. 재정을 따져 보니 목적 헌금으로 가능한 액수는 1억1000만원이나 됐다.
“많은 교회들이 돈도, 힘도 없어 선교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작은 교회가 선교를 직접 하겠다고 생각하니 어려운 겁니다. 만약 교회가 선교의 통로가 되고 연결고리가 되면 어떨까요. 선교는 훨씬 쉽고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부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