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서울광장서 열린 바둑축제

입력 2010-08-25 17:28


더워도 너무 덥다. 이따금씩 소나기가 퍼붓지만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정도로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간다. 이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이벤트가 서울 한가운데서 열렸다.

지난 22일 서울시민들의 소통 공간인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계 최초의 바둑학과를 개설한 명지대학교와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프로기사회가 함께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시민과 함께 하는 바둑축제’가 열린 것이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이 바둑축제는 명지대학교의 주최로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바둑계의 여러 단체가 손을 잡아 더욱더 풍성한 축제가 됐다.

이번 축제에는 바둑을 좋아하는 애기가(愛棋家)부터 태어나서 돌을 처음 잡아보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았다. 프로기사 50명이 참가하는 500인 다면기, 어린이를 위한 9줄 지도다면기, 프로기사 사인회, 바둑 입문강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응원식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이날도 변함없이 30도가 넘는 폭염이었지만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바둑축제는 성황리에 진행됐다. 시청 앞 한복판 잔디광장에서 열린 500인 다면기는 특히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는 바둑 팬들에게도 우리나라에 채 250명이 되지 않는 프로기사들을 직접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 명도 아닌 50명의 기사를 한자리에서 본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랄 수 있다. 참가자들은 프로기사와의 다면기가 끝난 뒤 덤으로 사인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기사와 함께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위로 인한 짜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한 켠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둑하면, 나무 바둑판에 검은 돌과 흰 돌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형형색색의 작은 바둑판에, 파란돌과 빨간돌, 노란돌과 초록돌들이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눈이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쏠린다. 이제 바둑도 컬러 시대다. 모든 사람들이 바둑을 쉽게 접하고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아빠 손을 잡고 가족나들이를 나온 꼬마 여자아이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둑돌을 잡아본다. 매끄러운 손의 감촉, 그 감촉이 평생 그 아이의 손에 맴돌았으면 좋겠다.

행사가 끝나갈 즈음 광장 한 켠에는 2010광저우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들의 사진이 걸렸다. 금메달을 향한 염원과 선수들에 대한 격려의 마음을 싣고 즐거웠던 한여름의 축제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김효정 <프로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