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교회여! 성소의 권리를 누려라
입력 2010-08-24 19:29
성소권/ 소강석 지음/ 쿰란출판사
여러 사람이 양쪽으로 줄지어 궤를 메고 간다. 그 앞과 뒤로 수천, 수만의 무리가 호위하며 따른다. 그중 맨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가 유난히 눈에 띈다. 행복과 감격에 젖은 그는 여섯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와 살찐 송아지로 제사를 주재한다. 성경을 좀 아는 이라면 금세 눈치 챌 수 있는 장면이다. 다윗 왕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언약궤를 되찾아 예루살렘에 새로 조성한 성막 안으로 옮겨가고 있는 장면이다. 일국의 왕이 백성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게 쉽지 않은 일이련만, 그는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 속살이 보이고 하체가 드러날 정도로 춤을 췄다. 이에서 알 수 있듯 다윗은 목숨을 걸 정도로 언약궤에 집착했다. 예루살렘을 정복하자마자 그는 다윗 성 안에 성막부터 짓고는 언약궤를 옮겨오는 작업에 나섰다.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으로 모시기 원했다. 이스라엘을 진정한 신정국가로 만들기 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하나님이 머무르시는 성막을 예루살렘 안에 두어야만 했다. 책은 바로 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하나님의 머무르는 곳, 하나님과 만나는 곳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곳을 차지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밝혀 나가고 있다.
‘신정주의 교회를 회복하라’를 비롯해 하나님의 주인 되심에 관한 주제의 글을 많이 써온 저자는 이번에 성소권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로 이를 설명해나가고 있다. 책은 성소와 성소권의 의미에서부터 성소와 성소권의 역사, 중요성, 축복, 오늘날의 가치 등을 두루 설명한다.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 심지어 신학자들까지 성경 속 성소의 개념과 역사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귀한 시도로 여겨진다.
책에는 에덴동산에서 시작해 족장시대의 제단을 거쳐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언약으로 만들어진 이동식 성막에 이어 성전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잘 설명되고 있다. 그리곤 이 모든 것이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결국엔 성소가 그분의 몸 된 교회로 바통을 넘겨주었음을 밝혀준다.
최초의 성소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성소가 인간의 범죄와 함께 발전돼갔고, 마찬가지로 인간의 범죄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이 땅에 존재할 것임을 밝혀주는 대목 등은 저자의 성소에 대한 천착과 연구의 깊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그런 가운데 광야를 떠돌던 때 이스라엘 백성의 성소였던 성막의 궁극적 지향점인 약속의 땅, 가나안이 오늘의 교회까지 연결됨을 알려준다.
“하나님의 영광을 담지하고 있는 교회는 항상 이동 중에 있다. 바로 저 영원한 본향인 영적 가나안을 바라보고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갱신하며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신구약을 아울러 성경 전체를 통해 하나님께서 성소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계심을 알린다.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는 성도들의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즉, 성소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 만나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자를 하나님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신다는 메시지다. 그리고 성경과 현실을 통해 이에 대해 실증해준다.
“만약 하나님이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만 은혜를 주신다면 필자는 은혜 받을 축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성소권을 존중히 여기고, 하나님을 존중히 여기는 자들에게 복을 주시고 은혜를 주신다.”
앞에서 밝혔지만 성소권에 관한 한 다윗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책에서도 다윗과 성소권에 관한 내용이 아주 많다. 성소권에 관한 다윗의 시각부터 시작해 성소권을 향한 다윗의 다양한 노력, 성소권으로 받은 다윗의 축복 등이 자세히 정리돼 있다.
“다윗은 가장 위대하고 존귀한 이름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요, 명예로운 사람이다. 현 시대에도 훌륭한 사람들 중에는 ‘David(다윗)’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다. 조용기 목사님도 ‘데이비드 조’이고, 필자의 영어 이름도 ‘데이비드 소’다. 하나님은 성소권을 가까이하고 존중했던 다윗의 이름을 명예롭고 존귀하게 해주셨다.”
책은 성소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엔 핵심적인 메시지를 부각한다. 정체기에 들어선 우리의 삶과 한국교회가 주님을 만나는 역사를 체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삶과 한국교회를 하나님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순종으로 물들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성령의 부흥운동이 다시금 거세게 일어나 하나님의 나라가 조속히 임하도록 노력하며 기도하자는 것이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