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金의 역공… “집사람 수뢰의혹 제기 이용섭 의원 사과해야”

입력 2010-08-25 00:28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 청문회가 열린 24일 국회 제3회의장. 야당 의원들이 자료 제출 미비와 증인 출석 부실 문제를 성토하고 나서면서 청문회장 분위기는 초반부터 달아올랐다.

특히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이 거론되자 김 후보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후보자는 눈을 부릅뜨며 의혹을 제기한 이용섭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집사람이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이 의원도 가족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어떤 형태로든 집사람에게 사과해 달라”고 역공을 펼쳤다.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김 후보자의 사과 요구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태도를 문제 삼았다. 사과 요구를 받은 이 의원은 “나도 청문회 3번 거친 사람으로 억울하고 잠 못 자는 심정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건방지게 부인에게 사과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 후보자는 그제야 “겸손의 문제로 비쳤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한 발 물러섰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벌써부터 죄송하다는 소리가 시작됐구만”이라며 혀를 찼다.

민주당 이 의원이 사진을 제시하며 “부인이 들고 있는 가방이 191만원이라는데, 월 400만~500만원 생활비로 어떻게 이런 명품 가방을 살 수 있느냐”고 따지자 김 후보자는 “루이비통, 명품 가방 맞다.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사준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권선동 의원은 “본인이 얼마나 억울하고 기가 막히면 저렇게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겠느냐”며 감쌌다. 같은 당 조문환 의원은 재산신고 누락을 거론하며 “착오가 많은데 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느냐”며 두둔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자료 제출 요구에 진땀을 흘렸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 관련) 수사 자료를 안 주고 있으니 본인이 요청해서 제출할 의향은 없느냐”고 묻자 “제 권한으로…”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거듭 추궁하자 그는 “검찰 수사 기록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편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무위원 후보 요청안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했다”며 “이번 개각에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총리실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이 아닌 부서에서 보낸 자료라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정운찬 전 총리가) 제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의원은 “대통령실 간부가 회신해온 자료를 총리실에서 뒤집었다”며 “이 정부가 어떻게 신뢰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