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안돼 대기업 못간 것 아냐 몸매 보게 일어나서 돌아봐”… 도 넘은 황당면접

입력 2010-08-24 21:25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반인 A씨(27)는 최근 한 중소기업의 입사 면접시험을 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비교적 탄탄하다고 소문난 카메라 수출 업체였지만 면접에서 자신에게 반말을 쓰며 담배를 피우는 면접관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회사의 임원으로 보이는 면접관은 반말로 “외국에서 살다 왔는데 토익이 920점이야. 외화 낭비한 거 아냐”라고 따졌다. 담배를 피우며 “요즘 취업이 힘든데 연봉 따지면 취직 못하지. A씨 스펙이 안 되니까 알아주는 대기업은 못 간 거 아냐”라고도 했다. A씨는 분한 마음에 “회사 내에서 흡연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지만 “원래 안 되는데 나는 사장이니까 피우는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A씨는 “탄탄한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지원했는데 면접관의 인격부터 의심된다”며 “이런 부분부터 대기업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취업준비생 B씨(26·여) 역시 최근 중소기업 면접에서 최악의 경험을 했다. 면접장에 들어선 B씨에게 대뜸 “중국인처럼 생겼다”고 말한 사장이 면접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질문 없이 계속 “중국인 같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 B씨가 “어떤 면이 중국인 같죠”라고 묻자 사장은 “그냥 조선족 같아. 머리가 촌스럽네”라고만 했다. B씨는 “면접장에서는 꾹 참았지만 면접자를 비하하는 것 같아 경찰에 신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다시는 중소기업 면접은 보지 않겠다.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런 ‘황당 면접기’가 취업준비생들의 온라인 모임인 다음카페 ‘닥치고 취업’ ‘취업뽀개기’ 등에 알려지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이러니까 중소기업이지”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 때문에 자칫 중소기업 이미지가 악화되고 대기업 선호 의식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에서 이런 ‘막장 면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면접관 개인의 인격 문제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처럼 전문적인 인사팀을 갖추고 면접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인사관리 부분”이라며 “기술개발을 하는 직원이 인사업무 등을 겸하는 등 제대로 된 인사 전문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막장 면접을 하는 일부 중소기업 때문에 모든 중소기업이 폄훼되지 않도록 인사 전문가를 키우거나 공통의 매뉴얼을 보급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지도 전문가인 김준성 연세대 생활관 차장은 “최근 전반적으로 몰아붙이기식 압박 면접, 막장 면접이 유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있지만 그럴수록 취업준비생들은 주눅 들기보다 오히려 반론을 제기하며 진지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