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현오 수사 딜레마… ‘盧 차명계좌’ 파급력 큰데다 명예훼손 규명 까다로워
입력 2010-08-24 18:40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고소·고발 사건 처리를 놓고 고심 중이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2008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사건 수사도 1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종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 사건은 피고소인이 적시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져야만 형법상 명예훼손죄 몇 조, 몇 항을 적용해 사법처리할지 결론이 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당사자인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사건도 처리가 늦어져 주 의원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가 노무현재단 측에 의해 고소·고발된 혐의는 노 전 대통령 부분(사자의 명예훼손), 권양숙 여사 특검 무마 시도 발언(명예훼손), 경찰 강연 내용 CD 제작(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사자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에만 2년 이하 징역 등 처벌을 받는다. 권 여사 부분인 일반 명예훼손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경우(5년 이하 징역 등), 사실을 적시한 경우(징역 2년 이하 등) 처벌 기준이 각기 다르다. 검찰이 차명계좌 부분을 확인하지 못하면 조 후보자 기소 여부 결정도 수월치 않다.
검찰은 “조 후보자 사건도 통상의 명예훼손 사건 처리 절차와 똑같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 후보자가 야당의 반발을 넘어 경찰청장에 최종 임명될지 등 향후 추이에 따라 조 후보자 소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가 검찰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가 사건 처리의 1차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후보자가 ‘인터넷에 나온 얘기였다’는 식으로 사실상 허위 사실임을 인정하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반면 조 후보자가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가 있다’고 진술할 경우, 검찰은 할 일이 많아진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