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신재민 후보자, 위장전입 추궁에 “딸이 왕따당해…”
입력 2010-08-25 00:26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24일 국회 인사 청문회 시작부터 위장전입과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을 곧바로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납작 엎드렸다.
신 후보자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위장전입이) 평판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느냐”고 묻자, “큰딸의 경우 목동에서 일산으로 이사한 뒤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해 어쩔 수 없었다”며 “왕따를 당한 자녀를 위한 부정(父情)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부인 윤모씨의 위장취업 논란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윤씨는 2007년 1월부터 12월까지 경력과 전공에 관련 없는 설계 및 감리회사에 비상근 자문으로 일하며 5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후보자는 “고용주와 고용자가 서로 속인 게 없으니 위장취업은 아니다”면서도 “떳떳한 일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그러나 17차례나 이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투기 및 탈세를 통해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제가 산 집이 자산가치가 상승한 것은 사회적 부담을 느끼지만 떳떳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2000년 이후 11년 동안 신 후보자의 재산이 12억1000만원 늘었는데, 연봉을 고려하면 매월 최저 생계비만 써야 현재 신고된 재산형성이 가능하다”며 “부동산 투기에 따른 밝혀지지 않는 소득 없이 가능한 일이냐”고 따졌다. 신 후보자는 “분양권을 매입할 때도 법을 어긴 적이 없고,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절차를 어긴 적도 없다”며 “세금도 다 냈고 결과적으로 시세차익도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가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 활동 시기에 기업으로부터 ‘차량 스폰서’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신 후보자는 MB 대선 캠프 때 그랜저TG를 이용했는데 차량 임차인은 후보자가 아닌 주식회사 재원테크로 돼 있다”며 “재원테크가 비용을 부담하고 차량 이용은 후보자가 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신 후보자도 인정했다.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때마다 신 후보자는 거듭 사과하며,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위장취업, 탈세, 이권 개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거 전부 조폭들이 하는 짓”이라며 “우리가 무슨 조폭 중간보스를 뽑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김·신·조(김태호-신재민-조현오)’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자진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같은 당 최종원 의원도 “예술계 선배들은 예술가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고 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면 사퇴할 의사가 없느냐”고 되물었다. 신 후보자는 “내 불찰을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