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부러진 ‘안네 프랑크 밤나무’

입력 2010-08-24 21:20

“우리의 밤나무에 꽃이 만발했습니다. 나뭇잎과 꽃잎에 덮인 나무는 지난해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안네 프랑크가 1944년 4월 자신의 일기장에 적은 내용이다. 수령 150년으로 추정되는 일명 ‘안네 프랑크 밤나무’가 비바람에 부러졌다.

안네 프랑크 기념관은 23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던 중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 보니 밤나무가 부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나무는 지상 약 1m 부분이 부러졌다.

안네는 암스테르담의 한 건물 다락방에서 가족과 숨어 지내면서 유리창 너머 이 밤나무를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 밤나무는 2007년 뿌리 부분에 곰팡이가 피면서 쓰러질 위험이 있어 잘릴 위기에 처했었다. 안네의 다락방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매년 100만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네덜란드 나무재단(Dutch tree foundation)은 시 당국과 1년여 법정 공방 끝에 2008년 초 생존 기회를 얻었다.

이후 안네 프랑크 밤나무 지원을 위한 재단(SAFTF)은 5만 유로(약 7500만원)를 투입, 밤나무에 철제 버팀목을 설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10∼15년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로이터는 이날 한 온라인 경매사이트에서 부러진 밤나무 조각을 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1000만 유로에 구매하겠다는 응찰자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엔 미국 뉴욕의 안네프랑크센터가 이 나무의 가지로 접붙이기해 길러낸 10여 그루 묘목을 백악관과 9·11 테러 추모시설 등지에 심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