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比 인질 참극’ 분노
입력 2010-08-24 21:19
필리핀 마닐라에서 한 전직 경찰관에 의한 인질극이 8명의 홍콩 관광객을 숨지게 하는 비극으로 끝나자 홍콩 사회는 깊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일반 시민과 언론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필리핀 치안 당국의 무모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홍콩특별행정구는 24일 모든 필리핀 여행을 금지하는 ‘흑색’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현지 여행 중인 홍콩 관광객에 대해서도 귀국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홍콩의 모든 관공서엔 조기가 내걸렸다. 증권거래소도 개장 직후 애도의 뜻으로 수분간 거래중지 시간을 가졌다. 홍콩 시민들은 23일 밤 방송을 통해 인질극을 지켜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시민은 “필리핀 치안 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개탄했다.
마닐라에서 인질로 잡혔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한 주부는 AFP통신에 “다행히 아들은 살았지만 남편과 두 딸을 잃었다”며 눈물을 쏟은 뒤 진압 경찰에 원망을 돌렸다. 그녀는 “그(납치범)는 처음엔 우리를 죽이는 걸 원치 않았다. 협상이 실패한 뒤 총을 겨눴다”고 말했다.
홍콩 현지 언론도 이날 참극을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다루며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고, 사설 등을 통해 인질극을 조기 종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데 대해 질타했다.
홍콩 이코노믹저널은 “마닐라 경찰의 능력 부족과 전략의 부재는 사태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을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다. 그 비극은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비난했다.
앞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23일 밤 필리핀 정부에 철저한 경위조사를 요구하면서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폭력행위를 규탄했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수반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필리핀 정부의 인질사건 처리방식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면서 불만스러워했다.
홍콩 당국은 이번 인질사태 피해자 가족과 친지, 의사, 구급대원 등을 이송하는 전세 비행기 2대를 현지에 급파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