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가 없이 검정한 한국사 교과서
입력 2010-08-24 19:40
내년부터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 근·현대사 전문가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정위원 명단을 보면 교수 6명 가운데 3명은 국제정치, 미국사, 사회교육학 전공자이며 한국사를 전공한 3명도 근·현대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 전체 9단원 중 7단원이 근·현대사 관련 내용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평가원 측은 “고교수준 근·현대사는 전공영역이 아닌 교수도 충분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억지처럼 들린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대충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인가. 그보다는 근·현대사 전공자 중 진보성향 인물이 많아 이들을 배제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역사를 기술함에 있어 보수든 진보든 특정 이념이 강조되면 안 될 일이다. 객관성을 잃은 역사교과서는 이념의 선전물일 뿐이다. 다양한 사고를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해 토론과 협의를 거쳐 만들어야지, 특정 성향 학자들만 참여한다면 신뢰성 논란이 빚어질 게 뻔하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비난하면서 이를 객관적이 아닌 우편향으로 고쳐놓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뜯어고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사과목을 대하는 현 정부의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교에서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돌린 데 이어 최근 발표한 수능시험 개편시안에서는 선택의 가능성까지 더 줄여 놓았다. 어차피 배우지도 않을 한국사 교과서니까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