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곰즈 석방’ 특사… 北·美 대화 효과
입력 2010-08-25 00:31
미국이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민 아이잘론 말리 곰즈의 석방을 위해 조만간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보내기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 특사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유력하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전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23일(현지시간) “조만간 고위급 특사의 방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사 파견은 인도적 차원에서 곰즈 석방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곰즈 석방문제 논의차 그동안 북한과 접촉해왔다. 지난 9~11일엔 자살을 시도한 그의 건강상태 점검과 석방 요구를 위해 국무부 방북팀이 활동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인도적 차원의 석방을 위해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고위급 방북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채 “북한과 필요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만 말해왔다.
미 행정부는 고위급 특사가 방북해도 북·미 직접대화와 관련한 정치적 메시지는 없을 것이며, 인도적 차원의 방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예정이다. 따라서 형식상 지난해 8월 억류 미국 여기자 석방을 위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등 행정부 관계자의 동행이 없을 것이기에, 의미 있는 정치적 대화도 없을 거라는 뜻이다. FP도 “카터 전 대통령이 수일 내 방북할 것이며, 부인과 딸도 동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인 석방이라는 개인적 임무에 국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북·미 간 간접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그에게 북·미 직접대화 의사를 전했다. 이에 클린턴은 어떤 정치적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방북 결과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및 국무부 핵심관계자들에게 자세히 브리핑했다. 결국 그해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으로까지 이어졌다.
특사 파견으로 사실상 북·미 대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달 말쯤 미국의 추가 대북 금융제재 조치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 방침이 바뀌었다는 북한의 잘못된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카터의 방북은 북한이 ‘의미 있는 성의’를 보여줄 경우 북·미 관계가 개선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대북 직접대화 필요성을 주장하는 거물급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최근 북·중이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한·미 일각에서 한반도 위기지수 하락을 위해 경직된 북·미 관계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카터의 방북은 북·미 관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