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교통체증 한계 넘었다… 급속한 도시화 불구 기반시설 투자가 못따라가
입력 2010-08-24 19:37
아시아 지역에서 도시화가 급진전되면서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지닝을 잇는 110번 고속도로에는 24일 현재 무려 열흘째 길이 100㎞ 도로에 차량이 뒤엉켜 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차량들 사이로 컵라면을 파는 상인들만 유유히 지나다닌다. 아예 운전대를 놓고 차 안에서 포커판을 벌이는 운전자도 보인다. 교통 당국은 경찰 400명을 긴급 투입해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한 운전자는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차가 막히는 건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며 “오히려 길이 잘 뚫리면 그게 뉴스”라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농산물과 석탄을 나르는 화물차가 급증한 데다 지난 19일부터 도로 보수공사가 시작되면서 차량이 밀리고 있다”면서 “보수공사가 끝나는 다음달 13일까지 한 달 가까이 체증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만이 아니다. 베트남 하노이는 매일 저녁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오토바이들로 시내에선 귀마개를 해야 할 상황이다. 인도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부파(BUPA)의 최고경영자 데미안 마미언은 인디아타임스에 기고해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하루 종일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교통 대책을 촉구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아시아의 교통 체증이 이미 한계를 넘어 계속 악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 인구는 절반이 넘는 32억명, 이 중 16억명이 아시아 도시에 산다. 아시아 지역 도시 거주 인구는 향후 20년 내 25억명으로 늘 전망이다. 특히 중산층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선 차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 등 여기에 걸맞은 도시 기반시설 투자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 지난 20년간 차량 증가 속도는 새로운 도로 건설 속도보다 3배나 빨랐다. 베이징의 차량 운행 속도는 평균 시속 25㎞로 이미 영국 런던의 절반 수준이고, 5년 뒤엔 시속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은 170개 도시에 도시형 전철, 초고속 열차,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인도의 출퇴근 시간 교통량은 현재 ㎞당 170대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610대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정부는 향후 20년간 3000억 달러를 도시 기반시설 건설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FP는 “계획대로 다 이뤄진다 해도 집에서 직장까지 출근하는 데 5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차들이 그냥 도로에 서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