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오자와 ‘초선의원 쟁탈전’

입력 2010-08-24 19:29

오는 9월 14일 실시될 일본의 집권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간 나오토(菅直人) 현 총리 겸 대표와 당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간의 충돌 양상이 심상치 않다. 양측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주위의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의 공개적으로 초선의원들에 대해 편 만들기에 나섰을 정도다.



간 총리는 23일 도쿄 중의원 제1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민주당 중의원 초선의원 41명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간 총리는 “앞으로 3년 후에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총리에게는 정치적 고비를 맞았을 경우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 국민의 신임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으나 사실상 이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는 초선의원들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간 총리는 25일까지 간담회를 계속해 민주당 중의원 의원 157명 중 100여명을 만날 계획이다.

친(親)오자와 그룹의 맞불 놓기도 만만치 않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경선에 직접 출마할 수도 있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이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야마오카 겐지(山岡賢次) 민주당 부대표 등은 23일 초선의원들과의 친목도모 모임을 가졌다. 야마오카 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는 “간 총리가 연임될 경우 내년 상반기 정기국회에서 2011년도 예산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럴 경우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는 초선의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활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 간 중재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3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직 (양자회담을 주선할) 타이밍은 아니다”며 “두 사람을 따로따로 만나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될 경우 간 총리의 무투표 당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