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공공기관 ‘노른자 땅’도 안팔린다

입력 2010-08-24 19:00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 지연이 우려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동산 매각이 늦어질 경우, 정부의 세종시 및 혁신도시 건설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은 보유 부동산을 판 돈으로 이전 지역의 사옥건축 비용 등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3월 말 경기 분당 오리동에 위치한 주택공사 사옥에 대해 매각공고를 냈지만 유찰됐다. 4월에 재공고를 냈지만 이마저도 응찰자를 찾지 못해 현재 수의계약 방식으로 넘어간 상태다. LH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4014억원이나 되는 입찰가격에 관심을 뒀던 기업 등에서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LH는 분당 사옥 외에도 수도권에 위치한 사옥 9곳도 팔지 못하고 있다.

24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동산은 157곳이다. 이 중 107개 기관의 124개 사옥 및 부지(1027만㎡)가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매각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상당수 부동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요지에 위치한 ‘노른자 땅’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매각이 완료된 부지는 41개 국가 소속기관 부지 가운데 7건(12만㎡)에 불과하다. 올 초 팔린 품질관리단(경기 용인 2곳)과 전파연구소(서울·경기 안양), 지난해 매각된 국립농업과학원(경기 수원)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매각대상인 25개 부지 가운데 이미 4곳은 매각이 완료됐고, 나머지는 입찰공고 등 매각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부동산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가격상승 기대감마저 사라져 기업들마저 부동산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조차 일으키기 힘든 기업들로서는 토지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부지에 대한 용적률 상향조정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인허가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부지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