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쌀… 값 폭락·재고 고민 ‘大豊 한숨’

입력 2010-08-24 19:33

올해도 대풍이 예상되지만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과 정부의 한숨이 커가고 있다.

이미 쌀 재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햅쌀이 나오면 값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최대 481만7000여t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의 쌀 생산량 491만6000여t보다는 적지만 평년작(최근 5년 중 최대·최소치를 뺀 평균치·476만4000t)을 5만3000t이나 웃도는 규모다.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내년 재고량이 200만t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현재 정부의 쌀 재고량은 140만여t. 이는 적정 재고량 72만t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게다가 쌀값이 계속 하락세를 보여 지난 5일 현재 전국 산지 평균 가격은 정곡 80㎏에 13만2928원으로 1년 전보다 13%, 지난해 수확기보다 7% 낮았다. 전북의 쌀값은 지난 6월 13만1323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12만8692원으로 떨어졌다. 일부 재고량이 많은 미곡종합처리장 등에서는 햅쌀 출하를 앞두고 투매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농민 김모(50·전북 김제시)씨는 “비료와 농약값, 인건비 등은 모조리 올랐는데 쌀값만 떨어지니 풍년이 들어도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전북도는 쌀 수급 안정과 소비촉진을 위해 1000억원대의 매입자금을 풀겠다고 밝혔다. 도는 이를 통해 쌀 9만여t을 수매하고, 홈쇼핑 택배비 15억원을 지원하는 등 수확기 쌀 소비확대 및 수급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충남도도 25일 ‘쌀 수급 안정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남는 쌀 대책과 더불어 인도적 차원에서 기아를 겪고 있는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현 정부 들어 대북지원으로 나가던 30만∼40만t의 쌀이 안 나가서 올해 재고량이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며 “당과 정부가 어떻게 할지 이른 시일 내에, 추석 전에 안이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