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마루 밑 아리에티’ 내놓은 日 요네바야시 감독

입력 2010-08-24 17:26


“가족이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키 10㎝인 인간들이 가르쳐 주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애니메이션 걸작들을 만들어낸 지브리 스튜디오가 신작 ‘마루 밑 아리에티’를 내놨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27일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100억엔 수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평단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37) 감독을 지난 20일 도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시대를 초월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작품 속에 녹이려고 했습니다.”

요네바야시 감독이 이번 작품을 통해 집중한 것은 ‘가족’과 ‘자연’이다. 그는 “가족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나 자연의 생생함을 작품을 통해 신선하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영국 아동문학 작가 매리 버튼의 1952년 작품 ‘The Borrowers(빌리는 사람)’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키가 10㎝인 인간들이 마루 밑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10㎝ 아리에티가 인간 소년 ‘쇼우’와 만나 마음으로 교감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작은 인간들이 바라본 세계가 어떨까 하는 것을 나타내려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나뭇잎의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다던가, 벽돌 끝이 부서진 부분이라든가….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려고했어요.”

‘센과 치히로의…’ ‘하울의…’ 등을 연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애니메이터 일을 해온 요네바야시 감독은 이번 작품 연출에서 미야자키 감독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음을 내비쳤다. “(나는 아리에티 이야기를) 없어져가는 종족에 대한 이야기로 다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나타내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잘 전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그림이나 표현이 내 그림에서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등.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라는 일본 언론의 호들갑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후계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력인지는 관객이 평가하는 법. ‘마루 밑 아리에티’는 요네바야시의 첫 작품이다. 첫 해외 개봉 국가로 택한 한국에서의 성적이 이 작품과 요네바야시 감독의 세계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인 셈이다. 요네바야시 감독과 동석한 도시오 스즈키(62) 프로듀서는 “한국에서 꼭 ‘토이스토리 3’을 이기고 싶다”며 흥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 개봉일은 다음달 9일이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걸작 제작된 日 애니 중심지

1985년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주도해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지브리 스튜디오는 소속 애니메이터들의 수당을 대폭 인상하고 안정적으로 애니메이션 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변화의 바람을 만들었다. 작품들은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미와 서정적인 배경음악으로 유명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86), 이웃집 토토로(88), 반딧불의 묘(88), 추억은 방울방울(91), 모노노케 히메(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고양이의 보은(2002),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벼랑 위의 포뇨(2008) 등을 제작했다. 이 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2002년 칸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쿄=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