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그리는 한국화가 고찬규·박순철·임서령 3인展
입력 2010-08-24 18:09
욕망·반성·순수성 오롯이 깃든 보통 사람 얼굴
고찬규 박순철 임서령.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는 한국화 작가들이다. 중앙대를 나온 고찬규는 진채 인물화, 홍익대를 나온 박순철은 수묵 인물화, 이화여대를 나온 임서령은 장지기법의 담백한 인물화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 한국화 분야의 인물화를 이끄는 이들이 25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나란히 전시회를 연다.
고찬규의 전시 타이틀은 ‘The road taken’으로 ‘길 위에서, 길을 걷다’를 의미한다. 여기서 길은 실제 길이 아니라 삶의 비유로서의 길을 암시한다. 작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추억과 반성,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각오와 다짐 같은 것을 화면에 담았다. ‘드라마-장밋빛 인생’ ‘관계의 굴레’ ‘인연’ ‘화가의 길’ 등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생길을 담담하게 그렸다.
박순철은 ‘욕망과 상실’이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욕망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으며 또한 상실감을 갖게 하는지 보여준다. ‘향기’ ‘유혹’ ‘웃는 여인’ 등 여성을 모델로 그린 작품은 욕망의 속성을 드러내고, ‘흘러간다’ ‘무관심’ ‘아들아’ 등 현실로부터 도피하거나 냉소적 시선을 보이는 얼굴 그림은 욕망 이면에 숨어있는 상실을 은유하고 있다.
임서령은 ‘The Days of Innocent(순수의 날들)’라는 타이틀로 시적 감수성과 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아침인사’ ‘청혼가’ ‘헌화가’ ‘만찬’ 등 여성을 모델로 한 그의 작품세계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만남으로 보는 이에게 서정적인 이미지를 선사한다. 섬세하면서도 단정한 인물들이 그윽한 분위기가 깃든 공간에서 포즈를 취한 그림이 단아하다.
40대 중후반의 세 작가는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을 위해 먼 길을 동행하는 벗이기도 하고, 근처에 작업실을 두고 있으면서 평소 자주 만나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세 작가의 의기투합을 고찬규의 ‘바람인형’으로 엿볼 수 있다. “힘들고 지치면 천천히, 쉬었다 가면 그뿐이고 절망과 고통은 즐기면 되리. 언젠가 다시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고 또 다시 새로운 태양은 솟아오를 터이니….”(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