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이재오 후보자, 몸 낮췄지만… 거침없는 소신발언 ‘역시 실세’
입력 2010-08-24 00:12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2인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정치 현안에 대해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중앙농민학교 성적 조작 의혹, 군복무 시절 학점 취득 및 파견교사 활동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양복저고리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답변을 하는 등 특유의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청문회 시작 전에는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등 청문위원들에게 일일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잔뜩 몸을 낮춰 눈길을 끌었다.
◇거침없는 소신 발언=이 후보자는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려운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해 역대 정권에서는 특임장관이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그런 역할이 주어지면 맡을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특별한 사안에 대해 특별한 임무가 주어진다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개헌에 대한 소신을 묻는 한나라당 권성동 의원의 질의에는 “권력이 한쪽에 집중돼 예산과 인사가 집중되면 자연적으로 갈등이 많이 생긴다”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권력 분산은 필요하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헌 시기는 “금년에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현안 질의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친박계 이진복 의원이 “당내 친이, 친박 갈등의 책임이 후보자에게 있다는 시각을 인정하느냐”고 하자 이 후보자는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저 때문에 생겼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의 사이에 쌓여 있는 서운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의에 “해소해야지요”라고 선선히 답했다.
쪽방촌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서는 “쪽방촌 투기나 위장전입을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4대강 사업 의혹을 다룬 MBC PD수첩의 결방 사태와 관련해서는 “모른다. 경위를 파악해봐야 한다”며 야당의 공세를 피해갔다.
◇적극적인 의혹 해명=야당의 공격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채택된 남 사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불출석에 대해서도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두 사람이 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출국했다”며 “국민들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대신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을 상대로 해임 과정에 청와대 등 윗선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진 못했다.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이 “남 사장을 아느냐”고 묻자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제가 미국에 있을 당시 다 이뤄졌고 귀국했을 때 이미 문제가 정리된 상태라 내용 자체를 잘 모른다”며 “(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군복무 중 영외 거주를 하며 학점을 취득하고 파견교사로 활동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자는 “1966년 포천의 공병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5군단에서 대민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파견교사 5명을 선발해 지원했고 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계절제 수업이었지만 군인 신분으로 서울까지 다닌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적절치 않다. 그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66년 4월 입대해 7월까지 공병학교에서 중장비 정비로 군사교육을 받았는데도 중앙농민학교 성적증명서에 66년 1학기에 18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따지자 “그럼 위조했겠느냐. 중앙농민학교에서 학점을 인정해준 것은 학교의 처리 사안이지 내가 한 일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자는 또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2007년 부산의 한 관광회사 회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제공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당시 판결문에 이 후보자의 요청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냈다는 내용이 있다”며 따지자 “후원금을 내라고 한 적도 없고,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강변했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