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결정적 한방’ 실종… 野 무딘 칼날로 헛손질만
입력 2010-08-23 18:27
본편도 예고편 수준을 넘지 못했다. ‘8·8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 청문 대상자 10명 중 7명의 청문회가 마무리됐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 철저하고 치열한 검증을 공언했던 민주당 등 야당은 5명의 후보자에 대한 무더기 청문회가 실시된 23일에도 무딘 창만 휘둘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를 추궁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송구스럽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녹음기처럼 비슷한 답변을 되풀이하는 조 후보자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나” “연극을 하고 있다”며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을 뿐, 발언의 실체를 밝히는 데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인사개입 의혹, 허위학력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야당 의원들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남 사장 유임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었고, 입대 후 군인파견교사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영외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에 야당 의원들은 반박 증거나 정황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른 후보자들의 청문회에서도 송곳 같은 의원들의 질문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또 말문이 막히면 “본인이 요구한 자료를 절반도 안 내고 있다”며 자료 제출만 종용했다.
알맹이 없는 질문으로 빈축을 산 경우도 있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은 “후보자께서는 실세라고 생각하시느냐”고 묻는가 하면, 진 후보자와 상관없는 위장전입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게 한 의원은 “답변석에 앉아 보니 소감이 어떠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인 데다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쥔 주요 증인들의 출석이 불발돼 의혹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후보자들의 두루뭉술한 원론적인 답변과 청문회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저자세’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2∼3명의 낙마를 호언장담해온 민주당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에 초조한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 일각에서는 하이라이트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될 것이라며 결정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지출 내역을 밝히기 위해 보좌진을 경남에 급파하기도 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