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 감미로운 R&B에 젖는다
입력 2010-08-23 17:51
23일은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다. 여름의 끝자락, 부드러운 선율과 감미로운 목소리가 가득한 R&B앨범을 들으며 가을을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앨범마다 가성의 미학을 보여준 미국의 R&B 가수 에릭 베넷이 18일 공개된 곡 ‘썸타임즈 아이 크라이(Sometimes I Cry)’에서 한층 더 감미로워진 가성을 선보인다. 오는 9월에 발표될 신보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 중 일부로, 앨범 전체의 정서를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곡이다.
1996년 ‘트루 투 마이셀프(True To Myself)’로 데뷔한 그는 힘을 뺀 목소리와 명확한 발음으로 ‘알앤비의 교과서’라 불린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창법은 노래를 더욱 처연하고 애잔하게 만든다. 죽음을 앞둔 남자가 연인에게 바치는 ‘스틸 위드 유(Still With You)’나 큰 좌절 속에서 고통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허리케인(Hurricane)’은 이러한 창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이번 신곡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성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곡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가성은 외롭고 쓸쓸한 정서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한국 R&B 분야에서 독보적인 바비킴도 가을에 어울리는 가수다. 그는 봄에 발매한 정규 3집 ‘하트 앤 소울(Heart & Soul)’에 구슬픈 곡조의 ‘외톨이’를 타이틀 곡으로 더한 앨범 ‘스페셜에디션-포토에세이’를 지난 12일 1만장 한정판으로 발매했다. 1993년 ‘닥터레게’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인생을 걸어온 바비킴은 세월이 갈수록 관록이 묻어가는 목소리로 팬층을 넓히고 있다. 이번 리패키지 앨범에 수록된 18곡은 바비킴 특유의 음색을 힙합,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 녹였다.
타이틀곡 ‘외톨이’는 가사에서부터 처량함이 잔뜩 묻어나는 곡으로, ‘소나무야’ 등 기존 바비킴의 대표곡들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다른 곡들은 힙합, 포크, 재즈의 느낌을 살린 멜로디를 갖고 있다. 바비킴의 짙은 음색은 연가 ‘너에게만’에서는 여유롭고 재치있는 남자의 목소리로 변하고, 사랑의 추억을 곱씹는 ‘너에게만’에서는 외롭고 쓸쓸하게 울린다. 반면 ‘오! 나의 인생’에서는 풍류를 즐기고 현재를 즐기는 돈키호테적 감성이 묻어난다.
지난 20일 공개된 ‘뚝뚝뚝’은 유명 보컬 트레이너와 국내 인기 아이돌의 조화가 돋보이는 R&B곡이다. 케이윌, SG워너비를 배출하고 작사·작곡에 프로듀싱 실력을 겸비한 정우가 직접 가수로 나서 ‘소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곡은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업으로, 2PM의 준수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짝사랑의 강렬함을 노래한 이 곡은 서정적인 선율에 강렬한 비트를 더해, 전형적인 R&B를 신세대 취향으로 변주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