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회] 차명계좌 규명 ‘공’은 檢으로
입력 2010-08-23 21:50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23일 인사청문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근거를 밝히지 않아 진실 규명은 검찰 몫으로 넘어갔다. 조 후보자의 함구로 정치권에서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특검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재단 측이 조 후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신유철)는 통상의 명예훼손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조만간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고소·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곽 변호사 조사 시점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26일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고발인 조사가 끝나면 조 후보자의 검찰 소환이 남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도 일반적인 사건 처리와 똑같이 조사해 나갈 것”이라며 조 후보자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조 후보자가 지난 3월 문제의 발언을 한 경찰 내부 교육용 동영상을 입수해 조 후보자 발언 내용과 취지 등을 기초 조사 차원에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록 열람 등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확인할지 검토 중이다.
한편 김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차명계좌 관련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국회에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전 부장은 “검찰 재직시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내용에 대해 증언할 경우 앞으로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고, 피의사실 공표라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제가 출석해 진술할 경우 또 다른 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관련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침해할 염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 후보자의 박연차 게이트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 역시 출석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특검 도입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조 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질의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하고 국민 의혹을 해소하려면 특검으로든 국회 국정조사로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의 특검 도입 주장이 조 후보자의 결격사유를 숨기기 위한 인사청문회 물타기용이라며 특검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신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