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환 선교사 피살(2보)

입력 2010-08-23 17:37


[미션라이프] 조태환(사진) 선교사는 22일 밤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7명의 손님을 차에 태웠다. 일행은 조 선교사가 사역중인 사랑의 집 짓기 행사를 위해 초청된 사람들이었다. 23일 새벽 0시30분(현지 시간), 손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갑자기 총을 가진 괴한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조 선교사를 향해 총을 발사했고 일행들에겐 귀금속 등을 빼앗았다.

필리핀 선교사로 지난 1999년부터 활동하던 조 선교사는 그렇게 하나님 나라로 떠났다. 할 일 많은 43세의 나이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소속 조 선교사는 마닐라 인근 빈민촌인 타이타이 지역에 아리엔다 평강교회를 설립해 어린이 급식과 태권도, 집짓기 사역 등의 활동을 펼쳤다. 또 기아대책, 유니세프 등과도 협력하며 필리핀 홍수 당시 이재민 돕기에도 힘썼다.

필리핀 어린이를 위해 헌신해 온 조 선교사는 필리핀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린이 양육이 중요하다고 판단, 안티폴로 지역에서 2년여 동안 태권도 사범을 하며 어린이 사역을 펼쳤다.

어린이에게 관심이 많던 그는 선교사로 파송받기 전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안양대 신학부와 안양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고 남자로는 드물게 유아교육 전문기관인 몬테소리신학원에 진학해 몬테소리 교육 국제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3년간 막노동과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선교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기아대책 봉사단원 훈련을 받기도 한 조 선교사는 지원서에서 “선교란 주님의 길을 따르며 그의 복음을 전하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91년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서 각각 2개월, 1개월간 선교훈련을 받았던 그는 90년 신대원 재학 시절,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11년간의 선교는 행복하게 활동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필리핀 동부 지역 한인 선교사들 사이에는 잉꼬 부부로 소문이 날 정도로 가족간 관계도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과 두 딸이 있다.

예장 대신 총회와 대신세계선교회는 현지 한국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해 놓은 상태이며 24일 교단 및 선교회 총무, 서울 북노회장 등 4명의 수습대책위원이 파견된다.

대책위원들은 현지에 도착하는 대로 상황을 파악해 장례예배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기로 했다. 교단 관계자는 “장례예배는 25일 현지에서 드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