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대출에 발목… 저축은행, 4700억 적자

입력 2010-08-23 21:15

저축은행들이 47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또 편법으로 일반대출에 잡았던 PF성 대출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05개 저축은행의 2009회계연도(지난해 7월∼지난 6월) 당기순이익이 472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전년 동기 소폭 이익(469억원)에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2004회계연도 이후 5년 만의 적자다.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로 이자이익은 2조8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75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PF대출 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건설사 구조조정 확대 등으로 충당금 전입액이 전년 동기 대비 7798억원 증가한 1조9947억원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출채권 매각 손실 4166억원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11조8000억원)보다 늘어난 11조9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일반대출로 분류했던 3조1000억원을 PF대출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부실 PF대출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3조원이나 매각했는데 숨어 있던 3조1000억원이 드러나면서 PF대출 잔액이 되레 늘어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손실 우려가 없거나 우량인 PF대출은 일반대출로 잡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편법 분류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PF대출을 일반대출로 분류할 경우 회사와 임직원에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자산건전성은 나아졌다. 6월 말 현재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0%와 9.1%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포인트, 0.5% 포인트 하락했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9.45%로 지난해 6월 말보다 0.19% 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이 8676억원의 증자를 실시한 덕분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