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국인 선교사 괴한들 총격에 피살… 일행 2명도 납치됐다 풀려나

입력 2010-08-24 00:04


필리핀에서 한국인 선교사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소속 조태환(42·사진) 선교사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는 23일 “필리핀에 거주하는 조 선교사가 오전 1시35분쯤 서울에서 필리핀을 방문한 목사 일행 7명을 태우고 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 수도 마닐라 동쪽에 위치한 파시그(Pasig) 시티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괴한들은 일행 가운데 남녀 1명씩을 차에 태워 10분가량 달아나다 도로상에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인질 김모씨가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귀중품을 빼앗긴 점으로 보아 금품을 노린 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선교사는 운전석에 앉아 저항하지 않은 상태에서 3발이나 맞은 것으로 전해져 원한에 의한 범죄일 개연성도 있다.

교단 관계자에 따르면 조 선교사는 ‘사랑의 집짓기 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마중 나가 공항에서 돌아오던 길이었다. 교단 관계자들은 괴한들이 조 선교사 일행을 공항에서부터 뒤따라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 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현지 경찰에 도주 중인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한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26일부터 3박4일간 필리핀을 공식 방문, 교민과 관광객 안전 대책을 협의한다. 필리핀에는 교민 11만5000명이 거주해 동남아 최대 교민사회가 형성돼 있지만 현지 치안 사정이 불안해 최근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유 장관은 27일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을 예방하고, 알베르토 로물로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