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생산성 10배差… 은행 수익성의 이면

입력 2010-08-23 21:18


‘국민은행 직원 11명이 신한은행 직원 1명분의 일을 한다?’

올해 상반기 은행별 생산성 집계 결과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직원은 1인당 7000만원 이상을 벌어온 반면 리딩뱅크로 불리는 국민은행은 667만원을 벌어오는 데 그쳤다. 생산성 차이가 10배가 넘는다. 업무 효율성은 물론 리스크 관리 역량에 따른 대손충당금(부실 대출에 대비해 쌓아놓는 돈) 규모도 이들 은행 간에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높은 수익성 이면에 ‘대기업엔 퍼주고 중소기업은 쥐어짜는’ 은행의 이중적 태도가 놓여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별 최대 10배 이상 격차=상반기 국민, 신한, 우리 등 국내 8개 은행의 직원 9만1609명이 올린 당기순이익은 3조6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전체 직원 1명당 평균 순이익은 4026만원.

신한은행의 경우 직원 1인당 가장 많은 7348만원을 벌어들였다. 외환은행이 7182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기업은행(6909만원) 하나은행(4832만원) 한국씨티은행(4099만원) 순이다. ‘꼴찌’는 2분기 적자를 기록한 국민은행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667만원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의 11분의 1 수준이며 국민은행 직원 평균 급여(2790만원)와 비교해도 4분의 1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2분기에만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조44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사실상 부실대출에 따른 리스크 관리 실패를 자인했다.

반면 은행 직원들의 급여는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신한은행의 직원당 평균 급여는 상반기 3080만원으로 국민은행과 290만원 차이밖에 없었다. 급여가 가장 많은 은행은 씨티은행으로 상반기 평균 3600만원을 기록했고 SC제일은행(3100만원) 외환은행(3070만원) 등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여직원 비중이 높은 하나은행이 23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은행권은 공동 임단협 등의 영향으로 은행별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빼앗는다”=높은 생산성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업의 장래성보다는 당장의 재무제표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지적이 많다. 생산성이 높기로 유명한 A은행은 중소기업엔 ‘저승사자’로 꼽힌다. 주거래 기업이라도 조금의 문제만 보이면 여신한도 축소 및 자금 회수에 착수해서다. 실제 지난해 부도위기를 맞았던 한 조선업체 협력사는 당시 A은행이 자금 상환을 재촉하자 타 은행에서 돈을 빌려 막은 뒤 조선 경기가 회복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이 회사 사장은 “업황이 조금 악화됐다고 그렇게 목을 조여올 줄은 몰랐다”면서 “비가 오는데 우산을 뺏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A은행을 성토했다.

생산성 수위권을 다투는 B은행은 실적주의에 따른 업무 과부하 때문에 금융사고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이만우(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문제”라며 “은행은 기업의 자산 규모나 수익성 등을 따지지만 이는 (기업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