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 식구 감싼 법무부 변명 구차하다
입력 2010-08-23 17:38
법무부가 법조 비리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 등 법조인 8명을 광복절 특별사면·감형·복권 대상자에 포함시키고도 명단을 숨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사면심사위원회는 대상자 2493명 가운데 107명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법무부가 법조인 8명을 포함한 29명을 빼고 78명만 공개한 것이다.
법조인 8명 가운데는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홍수 전 수원지검 부장검사, 송관호 전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 김영광 전 검사 등 4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 4명은 사건 발생 4년, 형이 확정된 지 2년 만에 복권된 것이다. 속전속결로 면죄부를 준 셈이다.
‘김홍수 게이트’라고까지 불렸던 이 사건은 조 전 판사가 현직 고법 부장판사로는 처음 구속되는 등 파문을 일으키자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손주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한 나머지 4명은 돈과 함께 청탁을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된 법조인이다. 특별복권된 8명은 변호사법 5조(변호사의 결격사유)의 적용을 받지 않아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다.
비판 여론이 일자 법무부는 “공개 대상자로 결정된 107명의 이름을 전부 보도자료에 넣을 수 없어서 적지 못한 것일 뿐, 일부러 명단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구차한 변명을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무부는 검사 정기인사 때마다 107명보다 훨씬 많은 명단을 언론에 배포해오지 않았는가. 이 명단이 신문의 인물면을 빼곡히 채운 것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비리 법조인 명단 은폐와 군색한 변명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강조한 ‘공정한 사회’와도 배치된다. 법조인이라면 싸고도는 법무부의 온정주의가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벌써부터 스폰서 검사 특검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국민들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법무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