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戰에 ‘이라크 전략’ 쓴다
입력 2010-08-24 00:14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이라크 치안 전략을 모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치안 확보를 위해 운영했던 친미 준(準)군사조직 ‘이라크의 아들들(SOI·Sons of Iraq)’과 유사한 조직을 만들어 아프간 주민의 자체 방위를 맡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무장 세력을 양성한다는 등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라크 모방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추구하는 조직은 ‘지역경찰군대(LPF)’라고 불리는 민병대 조직이다. 미군은 중부 와르다크주와 남부 우르즈간주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LPF를 전국 30개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23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주민 자체 방위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이 개발한 구상을 신임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확대시킨 것이다. 미군은 이를 위해 미군 특수전 부대의 훈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군복과 월급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LPF는 SOI와 흡사하다. 계몽위원회로도 불렸던 SOI는 2006년 국제테러조직과 맞섰던 민병대에서 출발했다. 퍼트레이어스 당시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이 자금을 지원했다. 병력 1명당 300달러의 월급까지 지급했다. 미군 통제 아래 지역 치안유지 활동에 투입됐다가 2008년 조직 통제권이 이라크 정부로 넘어갔다.
총 10만명의 SOI 대원 중 2만명만 이라크 군·경 조직에 편입됐고, 8만명은 수니파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지역 치안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군이 ‘이라크전 모방전략’을 들고 나온 건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염두에 둔 방안이다. 2003년 수니파 민병대원들을 SOI 조직으로 전환시켜 알카에다와의 전쟁 선봉에 내세움으로써 친미 조직화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프간에도 이를 적용해 LPF 대원들을 탈레반 조직과 분리함으로써 우군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내년 7월로 못 박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철군 구상을 조기에 실현시키꼸다는 전략이다.
미군의 이런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 외교협회 안보전문가인 스테판 비들은 “SOI는 민병대원들로 구성되면서 폭력사태가 확 줄었지만 LPF 대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효과 면에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라크 모방전략 대신 아프간 경찰조직의 강화가 효과적이라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