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규 국새 미스터리… 40억이라던 게 원가 200만원?
입력 2010-08-23 18:19
지난해 서울 대형백화점에서 40억원에 내놨던 판매용 국새의 제조 원가가 200만원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4대 국새제작단장을 지낸 민홍규씨가 만들었다고 소개된 제품이었다.
롯데백화점은 희귀품 판매 행사가 열린 지난해 1월 2∼18일 서울 소공동 본점에 ‘대한민국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사진)를 판매용으로 전시했다. 당시 백화점은 이 국새가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40억원 상당 가격으로 대한민국 국새의 원형본이라고 소개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새 제작 장인으로 불리던 민홍규씨가 준비한 제품으로 우리는 전시만 맡았을 뿐 민씨가 다시 가져갔다”고 말했다.
국새제작단 주물 담당 이창수씨의 말은 다르다. 이씨는 23일 “내가 민씨 의뢰로 청동 재질을 녹여 만들고 인조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며 “인건비를 빼고 제조비만 따지면 2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이 만든 국새가 백화점에 40억원짜리 국새로 전시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새 전시 당시 민홍규씨의 지위나 명성만으로도 제품의 진위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며 “제품 보증서를 찾아보는 등 각방으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국새는 현재 ‘일본 기업인에게 팔렸다’ ‘은행 비밀 금고에 있다’ ‘민씨가 모처에 보관하고 있다’ 등 소문만 무성하고 행방이 묘연하다.
한편 우리나라 초대 국새를 제작한 고 정기호 선생의 아들 정민조(67)씨는 민씨가 아버지의 제자를 사칭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민씨는 중학생 때 정 선생에게 국새 제작 기술을 배웠다고 소개해 왔다.
정씨는 “내 기억에 민씨는 20여년 전 부산에 있는 우리 집에 두 번 정도 왔을 뿐 아버지에게서 국새 만드는 법을 배운 게 아니다”라며 “아버지가 여든이 넘어 정신이 오락가락하신 것을 보고 (민씨가) 거짓말을 해서 어떻게 ‘세불’이라고 하는 종이 한 장을 받아갔다”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