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인사청문회 2題
입력 2010-08-23 18:49
# 1.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위(衛)나라에서 벼슬 하던 시절 위후(衛侯)에게 진언했다.
“구변(苟變)에게는 전차 500대를 낼 수 있는 땅의 장군을 시켜도 될 만한 기량이 있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과거에 백성으로부터 1인당 계란 2개씩을 거두어 먹은 비리가 있기에 쓰지 않는 것이다.”
“성인이 사람을 쓸 때는 솜씨 좋은 목수가 나무를 다루는 것처럼 해야 합니다.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쁜 부분은 버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목도 썩은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그렇다고 버리지는 않는 법입니다. 전국(戰國) 난세에서 나라를 지키는 장군을 고르는데 고작 계란 두 개 때문에 훌륭한 장군을 쓰지 않는 사실이 이웃나라에 알려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대 말을 따르겠노라.”
공자 후손들의 언행을 모은 ‘공총자(孔叢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후를 요즘의 국민으로 바꾸면 의미가 새롭다. 선출직이건 임명직이건 인재를 보는 기준은 이래야 한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사람을 쓸 때 그 사람의 덕을 볼 것인가, 아니면 능력을 평가할 것인가. 둘 다 바란다면 과욕이다.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후보자의 청렴결백만 따지다 능력을 검증하지 못하는 인사청문회는 하나마나다. 구변 급(級)도 안 되는 후보자들이 많다. 그렇다고 후보 인선이 잘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어제 인사검증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 2. 인간의 본성을 냉철하게 간파한 ‘잠언과 성찰’의 저자 라 로슈푸코. “누구에게나 경우와 재능에 어울리는 얼굴이 있게 마련이며, 그 얼굴을 바꾸려 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말했다.
‘힘껏 노력했는데도 응분의 대우를 받지 못했을 때’와 ‘파격적으로 발탁되었을 때’ 인간성에 위기가 찾아온다. 둘 중 더 위험한 게 파격 발탁으로, 인간성이 확 바뀌기 쉽다. 자신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사람이 표변하는데 인간성의 붕괴를 알리는 전조다. 젊은 나이의 발탁은 그럴 위험성이 더 크다. 깜짝 놀랄 인사의 주인공 김태호 총리 후보가 새겨야 할 말이다.
능력 이상의 신분이나 지위를 갖게 될 경우 그 같은 운명의 변화는 본래 얼굴을 변화시켜 위엄 있어 보이게 한다. 그러나 자기의 본래 얼굴과 하나를 만들지 못하면 거짓모습에 불과하게 되어 주위의 눈총을 받게 된다.
로슈푸코는 다시 말한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얼굴을 찾아내어 가능한 한 완벽하게 다듬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