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회→아들교회→손자교회’… 분립개척, 3代 이뤘다

입력 2010-08-23 20:56


분립 개척한 교회가 다시 분립 개척을 이뤄 ‘손자교회’를 탄생시켰다.

1996년 11월 강원도 춘천시 요선동 소양성결교회(이원호 목사)는 퇴계동에 소양제일교회(이주호 목사)를 분립 개척했다. 당시 이원호 목사는 12가정을 떼어 파송했다. 이어 지난 15일 소양제일교회는 동내면 거두리에 바울교회(이근택 목사)를 분립했다. 이주호 목사 역시 10가정을 보내 이근택 목사의 사역을 지원토록 했다. 이로써 모교회인 소양성결교회의 ‘손자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아들교회’가 분립 개척한 지 14년 만에 이뤄낸 기적 같은 이야기다.

이원호 목사는 “처음 교회를 분립할 때 거주자 우선으로 가정을 뽑았더니, 그동안 우리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셨던 장로님과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며 “성도들이 안 간다고 했을 때 강한 자세로 ‘무조건 떠나라’고 말했으나 솔직히 남 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이주호 목사 역시 “이렇게 분립 개척을 해보니 당시 이원호 목사님의 마음이 어땠을까 이해하게 됐다”며 “분립 개척해 교회를 세우면 성도가 있으니 새신자 정착률이 빠르고, 재정적 지원도 되다 보니 개척할 때의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없어 소신껏 양육하고 목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양제일교회는 현재 장년 성도 450명이 모여 주일예배를 드린다.

분립 개척은 모 교회를 담임하는 이원호 목사의 오래된 비전이었다. 이 목사는 1979년 서울 중화동에서 목회를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그는 하나님께 ‘비중 있는 목회를 하겠다’고 서원했다. 그 하나가 세 교회를 분립 개척해 세우는 것이요, 또 다른 하나가 장애인 학교를 설립해 섬기는 것이다. 모두 원활히 진행 중이다.

호스피스 사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주호 목사는 호스피스병원 건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분립이 쉽지 않았으나 모 교회를 통해 받은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강행했다. 바울교회 이근택 목사도 언젠가 분립 개척을 꿈꾸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