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휴가’는 말만 휴가? 외출때 차량 20대 동원되고 기자들도 쫓아다녀

입력 2010-08-23 18:04

휴가 중 서점에 들러 가볍게 읽을 소설을 고르려는데 구급차와 통신차량, 경호차량을 포함한 20대의 차량이 동원되고 모터사이클을 탄 경찰이 요란하게 에스코트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수십명의 기자들이 쫓아다니며 기록한다. 과연 휴가라고 할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일 휴가 첫날 휴양지인 마사스 빈야드에서 외출하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의 휴가는 결코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휴가가 아니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가는 곳마다 경호원들이 붙고, 각종 통신장비를 실은 차량에서는 업무보고가 쏟아진다. 심지어 대(對)테러 자문관 존 브레넌은 넥타이 정장 차림으로 휴가지에까지 쫓아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화당은 대통령이 열흘씩이나 백악관을 비우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치솟고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을 내세운 공격이다. 하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정치 고문관이었던 론 커프먼은 “내가 아는 한 모든 대통령이 휴가 때마다 이런 비난을 받았다”며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인터넷 때문에 더 힘들다. 휴가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지기에 좀처럼 마음을 느긋하게 풀어놓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언제나 그랬던 건 아니다. 링컨은 남북전쟁을 치르면서도 임기의 4분의 1을 휴가로 보냈고, 루스벨트도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중 낚시를 즐겼다. 20세기 중반 TV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아이젠하워는 골프 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비난을 받았고, 빌 클린턴은 휴가 때마다 부자 친구들을 불러 빈축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한 가지 질문이 더 따른다. 휴가 경비는 누구 돈이냐는 것. 명문가 출신이었던 전임 대통령들은 개인 농장을 주로 이용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빈야드 블루헤런 농장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빌려야 했다. 3만5000달러 정도 사용료는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지불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9일 복귀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