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17일 칠레 광부 33명 “우리 살아 있어요”… 지하 700m서 쪽지로 생존 알려

입력 2010-08-24 00:16


“우리 광부 33명은 모두 살아 있어요.”

TV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적힌 종이쪽지를 흔들어 보이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표정이 밝았다. 고작 두 줄 메모에 칠레 전체가 열광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선 운전자들이 이 뉴스가 전해지자 일제히 경적을 울렸고, 식당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칠레 북부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이 붕괴된 지 17일째인 22일. 갱도를 7㎞나 들어가고, 지하 700m 깊이에 매몰된 광부들의 생존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고립됐던 광부들이 막힌 갱도를 뚫고 보낸 탐색기에 생존 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묶어 올려 보낸 것이다.

구조팀이 매몰 광부들의 소재 파악을 위해 사용한 ‘위 내시경’ 같은 카메라 장착 탐색기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22일 보도했다. 광산 사고 구조에도 ‘21세기식 아이디어’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피녜라 대통령은 카메라에 광부들이 손을 흔드는 장면도 찍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눈과 그 눈에 어린 기쁨을 보았다”며 “이젠 해피엔딩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광산 입구에서 텐트생활을 하며 간절히 생존소식을 기다리던 매몰 광부의 가족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매몰 광부의 딸은 “이제야 다리를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구조대는 이들이 구조될 때까지 플라스틱 튜브를 이용해 음식과 산소를 실어 보내고 카메라와 마이크 등의 통신장비도 보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을 구조하는 데 앞으로 몇 달이 걸린다는 점이다.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엔지니어는 “이들을 구하려면 사람이 빠져나올 만한 직경 66㎝ 정도의 새 갱도를 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최소 120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은 현재 작은 아파트 방만한 공간에서 가까스로 연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갖고 있던 식량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다.

지방기업 ‘산 에스테반 프리메라’ 소유의 산호세 광산은 최근 수년간 잇단 광산 사고로 16명이 숨졌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