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임금 등 여파 반사이익 기대… 동남아 국가들 ‘경쟁력 강화’ 분주
입력 2010-08-23 18:04
말레이시아의 봉제업체 PCCS그룹은 중국과 캄보디아 2곳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 공장은 최근 6개월 만에 직원 봉급을 50%나 올려줬지만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절반만 겨우 가동하는 형편이다. 반면 캄보디아 공장엔 이력서가 쌓여 있다. 게다가 이 공장은 홍콩에서 태국 섬유업체와 함께 계약을 수주하고 있다. 재료 공급이 중국보다 느리고 불편할 거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중국의 임금 상승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은 동남아 국가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생산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412달러(2009년). 반면 태국 245달러, 베트남 136달러, 인도네시아 128달러에 불과하다. 올 들어 중국을 휩쓴 임금 인상 여파로 이 차이는 더 커졌다. 더 싼 노동력을 찾는 기업들이 당장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임금만이 전부는 아니다. 크레디스위스가 최근 미국과 유럽 업체를 조사한 결과, 중국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는 곳은 5분의 1에 불과했다. 공장 이전 비용이 많이 들고, 부품 조달과 물류 기반이 중국만큼 갖춰진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WSJ는 동남아 인구가 6억명에 이르지만 숙련 노동자는 중국보다 적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은 2015년까지 단일시장과 공동의 생산기반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 지역 내에서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세관통과 절차도 대폭 간소화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태국-베트남-라오스를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초고속열차, 현대화된 화물항 등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봉제업협회 반 소우 엥 회장은 “동남아 10개국이 한 나라에 속한 10개주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게 목표”라며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업체들을 끌어들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