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경찰청장 후보자 답변

입력 2010-08-23 17:40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예상대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 규명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정작 의혹의 단초를 제공한 조 후보자는 애매모호하고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아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경찰 내부 강연에서 언급했던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과 유족, 국민에게 누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제가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뭘 사과한다는 것이냐”는 집중 추궁에도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당시의 강연 자료는 외부로 나가서는 안 되는데 물의를 끼쳐 죄송하다”고 뜬금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조 후보자의 차명계좌 언급이 주목을 받고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즉 근거가 있든 없든 그런 사람의 발언이어서 문제가 되고 상당수 국민이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정확하게 말을 했어야 한다. 단순히 풍문을 전한 것이라든지, 아니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한 말이라든지 이야기를 하는 게 옳다. 자신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 자신이 발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차명계좌가 있긴 있지만 마치 말을 못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비치기도 하는데, 정말 그런 건지 그렇게 보이도록 연극을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1년 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이인규 변호사나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알고 있겠지만, 이들은 국회 증인출석 요구에 불응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번 청문회에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하게 된 셈이다. 왜들 이렇게 말을 아끼는지 속내가 궁금하다.

노무현재단 측이 조 후보자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고소·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어차피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검찰이 속 시원히 밝혀주길 바란다.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